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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6. 2023

지피지기면 글도 잘 쓴다?

2023. 02. 16.  07:22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을 경계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게 절대 진리라고 믿습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입니다. 좁은 시야로 인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아서 실수와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5년 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세상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아마도 책 몇 권에 용기가 났던 것 같습니다. 책이 말하는 내용을 걸러들을 지혜가 생기기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습니다. 무모하게 덤벼들었습니다. 책 몇 권에 1인 기업가가 되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5년 전 저에게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 노마드'였습니다. 그때 읽은 책도 그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손쉬운 방법으로 누구나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귀가 얇아서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나도 따라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인 인생 1인 기업》이 책을 읽고부터 1인 기업의 꿈을 키웠습니다. 저자의 인생 역전을 읽고 나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밝은 미래 이면에 숨은 피나는 고통의 시간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책만 읽고 강의만 듣고 시키는 대로 하면 손쉽게 똑같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고액의 수업을 아무 의심도 망설임도 없이 신청하고 들었습니다. 그럴만한 형편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콩깍지가 씌면 상대방의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연인처럼 돈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빚을 내서 수강료를 마련했고 하루 10시간 동안 이어지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것보다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순진했습니다. 아니면 그들의 상술이 뛰어났던 것일 수 있습니다. 하루짜리 수업은 기본기만 다지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몇 개월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추가 과정을 들으면 시간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다고 꾀였습니다. 더 많은 수강료를 요구하면서요. 그때는 단순히 상술인 줄 알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의 상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을 파는 1인 기업인에게는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또 사람들도 그렇게 해야 더 빨리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도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달려들었고 결국 본전도 못 건지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비싼 수업료 치르고 중요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 뒤로 중독된 듯 책을 읽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딴 눈 팔지 않았습니다.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이고 알아야 하는 게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지피지기, 나를 알고 적을 알아갔습니다. 지피지기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입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성능 좋은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책이 나를 아는 도구였다면 글쓰기는 상대를 이길 무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글 쓰는 방법을 공부했습니다. 작가와 강연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무기로 글쓰기를 선택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단련했습니다. 


어떤 기술은 잠깐 배워 반짝 빛을 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기술은 평생 배우며 나이 들수록 빛이 날 수도 있습니다. 작가, 강연가는 후자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해지고 배움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수익을 내는 것도 단계별로 가능하고요. 그러한 원리를 이해하니 서둘러 배우는 게 도움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기만의 속도와 크기로 지속하는 게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글이 좋아질수록 더불어 자신의 가치도 올라갈 테고요. 싸움을 잘하는 장수는 경험이 많습니다. 다양한 전투를 치러본 장수가 임기응변에 능합니다.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장수가 대처 능력도 뛰어날 것입니다. 글쓰기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은 많이 쓸수록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무작정 많이 쓴다고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기본기를 다진 후 다양한 글을 많이 써보면 빠르게 좋아진다고 합니다. 글의 구성, 문장력, 맞춤법, 어휘 등 여러 기본기를 다져야 합니다. 


나를 아는 데 저처럼 고액을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조금 더 주변 소리에 귀를 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주변 사람과 소통하면서 말이죠. 큰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그 이후 제가 하고 싶은 일도 찾고, 더 잘하기 위해 매일 정진해오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지 알고부터 하고 싶은 것도 명확해졌습니다. 글쓰기라는 괜찮은 무기를 무던히 단련 중입니다. 이 무기는 나를 지켜주고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들이 결국 더 멀리 내다봤을 때 나는 물론 남을 더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그때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 부지런히 읽고 쓸 각오를 다집니다. 나는 물론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 말이죠. 결국 나를 올바로 이해하게 되면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이를 갈고닦아 더 나은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피지기면 글도 당연히 잘 쓰게 될 테 고요.          


2023. 02. 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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