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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0. 2023

장점을 발견하는 도구, 글쓰기


저는 대화가 서툽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입니다.

아는 사이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아 어색하게 만듭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어도 다음 기회가 있겠지 하며 돌아섭니다.

이런 제가 저도 못마땅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어떤 앙금이 남았는지 여전히 툴툴거립니다.

아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게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는 호된 말투가 권위를 세우는 거로 여겼습니다.

친척들과 한 자리에 모여도 내 말을 하기보다 듣는 게 편했습니다.

이런 저를 바꾸고 싶어 노력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5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썼지만 여전히 대화가 서툽니다.

대화와 관련된 책, 처세를 다루는 책, 가족관계를 알려주는 책.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원하는 대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이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걸까요?


제 생각에 책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것도 아닙니다.

당당하게 밝힐 만큼 나아졌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책을 읽기 전과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대화가 서툰 단점을 고치기보다 제가 가진 장점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왜 대화가 서툰지, 만나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지 적어봤습니다.

아내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지도 썼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기록했습니다.

적으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저 나름의 처방도 해봤습니다.

물론 처방의 의미가 완벽하게 나아졌다는 걸 말하지 않습니다.

대화로 상대를 이끌지는 못해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잘 들었습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도 허풍, 농담, 상처가 될 말은 삼갔습니다.

아이에게는 들어주는 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그렇게 했습니다.


대화가 서툰 건 단점입니다.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잘 안 됩니다.

단점만 보면 단점만 보입니다.

저에게는 장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오히려 장점에 집중하니 단점도 조금씩 고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설령 고쳐진다고 해도 변하는 게 사람이고 했습니다.

달라진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도 읽고 쓰는 노력은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매일 밥을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저마다 단점과 장점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단점에 가린 장점을 못 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대화가 서툴다는 단점만 봤던 저도 장점이 있었습니다.

장점을 발견하는 데 읽고 쓰기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저는 한 번 시도해 봤으면 합니다.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보다, 장점을 키우는 게 훨씬 쉬울 수도 있으니까요.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4068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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