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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1. 2023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이 방법도


오늘처럼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한 날이 있습니다.

몇 분 아니 몇 십분 동안 생각을 쥐어짜도 실마리가 안 잡힙니다.

별일 없으면 별일 없었다고 쓰면 된다고 배웠습니다.

별일 없었다고 쓰자니 마땅한 메시지가 안 떠오릅니다.

다시 글감을 찾아 생각의 끝을 잡고 서성여 봅니다.


5년 전 글쓰기 시작한 뒤 길든 짧든 매일 썼습니다.

글감이 떨어질 법도 한데 용케 버텨오고 있습니다.

비결을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결이 없는 게 비결이라고 말하자니 거만 떠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제가 잘 사용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매일 읽는 책에 답이 있습니다.

적고 보니 매일 책을 읽는다고 자랑질하는 것 같습니다.

자랑하려고 쓴 글은 아니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책에서 인상 깊은 한 문장을 선택합니다.


선택한 문장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적어보는 겁니다.

책에서 가져온 문장이 글감이 되는 겁니다.

글감은 준비되었으니 이제 풀어쓰기만 하면 됩니다.

풀어쓰는 내용에는 생각도 있고 경험도 있고 타인의 사례도 있습니다.

한 단락씩 적으면 반 페이지, 많으면 한 페이지까지 채울 수 있습니다.


연습해 보면 의외로 많은 분량이 써지는 데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글감이 정해졌다는 부담이 줄었고,

정해진 글감과 관련된 경험이나 사례가 분명 있을 것이고,

있었던 일을 풀어쓰니 자연히 분량이 많아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모든 모기를 코끼리로 만들지 말라!"라는 독일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어떤 작은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이 들 때 비판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유 없이 일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에 쓸 수 있지요.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 에른스트프리트 하나슈


이 책에서 이 글을 읽고 들었던 생각을 적어봅니다.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들어 낭패를 본 적은 없었는지,

상대방이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을 오해해 싸운 적은 없었는지,

상대의 좋은 의도를 내 기준에 따라 해석하지는 않았는지,

이런 종류의 일을 겪고 깨달은 게 있었는지 적어보는 겁니다.


아마 살면서 이런 경험 한 번도 안 했거나 한 번만 하지 않았을 겁니다.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했을 뿐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잠들어있던 기억을 꺼내는 데 다양한 독서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기억이라는 심지에 불을 붙여 줄 겁니다.

한두 문장 정도면 내면 깊이 똬리 틀고 있던 경험을 꺼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온 시간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 왔습니다.

저마다의 경험은 누구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소중합니다.

각자가 경험하고 배우고 깨달은 건 삶에서 얻은 보석과도 같습니다.

보석은 밝은 곳에 있을 때 더 빛나는 법입니다.

밝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방법 중 글쓰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가진 보석 같은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 책이 됩니다.

사람은 책을 쓰고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했습니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변화의 단초가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변화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 또한 더 근사한 사람이 되고 싶을 겁니다.

그런 선순환이 결국 글 쓰는 삶으로 이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감을 찾지 못해 어설피 시작했지만 제법 그럴듯한 한 편이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긴 합니다.

하찮은 경험은 없습니다.

하찮게 생각하는 경험만 있을 뿐입니다.

내 경험이 하찮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대방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저 살아온 이야기와 배운 걸 나누는 걸로 충분할 것입니다.

나누는데 조건은 필요 없습니다.

손이 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가면 될 것입니다.

자연히 글감도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날 테고요.

글쓰기가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4068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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