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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10. 2023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누구나 갖지 못하는 것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경선이 치러진 2008년, 오바마가 뒤지는 상황이었다. 외부에서 보기엔 클린턴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캠프에서는 이를 뒤집을 전략이 필요했다. 이때 캠프 내 스태프 두 사람은 급진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는 그동안 선거의 정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방법이었다.


선거 캠페인에 동원되는 인력은 대부분 무급 직원이다. 무급의 자원봉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여러 주에 걸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무급의 자원봉사자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선거 캠프의 핵심인 '유권자 파일'에 접근 권한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 파일은 유권자의 신상명세와 정치적 성향이 담긴 정보로 선거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정보였다. 이를 자원봉사자에게 공개하는 건 캠프 입장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알면서도 두 사람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선거 본부도 이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경선은 오바마 캠프의 승리로 끝났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원리가 담겨 있다. 여러 사람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이 생긴 건 캠프 입장에서는 잠재적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 진영으로 내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장을 위해 전보다 더 헌신하게 된다는 점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선거 현장에는 '플레이크 비율'이라는 수치 지표가 있다. 자원봉사로 나오기로 한 사람이 실제로 나타나는 비율을 말한다. 가령 10명이 나오기로 약속해 놓고 5명만 나오면 플레이크 비율이 50퍼센트가 되는 식이다. 시카고 경선 당시 버락 오바마 캠프의 플레이크 비율은 150퍼센트였다. 10명이 나오기로 했지만 실제로 15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왔다 말이다. (매슈 바전의 《기빙 파워》 중 일부를 인용함 )


이 사례가 말하는 한 가지는 힘을 만들기 위해 힘을 나눠주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이 원리는 적용된다. 신입사원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주면 제 역할을 해내며 성장한다. 그의 성장은 결국 조직의 성공과도 닿아 있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조직은 당연히 더 빨리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내가 가진 걸 누군가에게 준다는 건 나의 이익보다 상대의 성장을 위해서다. 이런 마음이 없고는 나눈다는 행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가진 지식, 경험, 지혜를 불특정 다수에게 나눔으로써 나는 물론 상대방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내가 가진 경험은 일종의 힘이다. 경험치가 높을수록 또 다른 종류의 힘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은 경험과 지식으로 권위를 갖는다. 권위만 누리는 스승을 따르는 제자는 없다. 가진 힘을 나누는 스승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런 스승이 권위가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부분이다. 나누면 자신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내 주변에도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에게는 늘 사람이 따른다. 그들은 나눔을 티 내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청출어람이라고 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 결국엔 나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힘을 담아두지 않고 흐르게 할 때 더 큰 힘을 얻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이 과정에서 글과 말은 도구일 뿐이다.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인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올바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를 부른다. 같은 정보를 누구보다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느 분야나 글쓰기 능력을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한다. 챗 GPT에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글 쓰는 능력은 변함없이 요구될 거라 믿는다. 자기의 생각을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요구될 것이다. 이는 기계의 힘으로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쌓여간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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