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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25. 2023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부터 똑바로 살자


어정쩡한 시간에 회의가 끝났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퇴근까지 1시간도 안 남을 것 같다. 안 들어온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잠깐 고민했다. 시동을 걸고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자니 이른 시간이다. 강의 준비를 위해 단골 카페를 찾았다. 일산에서 테이블이 가장 많은 곳이다. 괜찮은 자리는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운 좋게 주변과 분리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카페에 오면 습관처럼 주변 사람을 둘러본다. 오며 가며 저마다 무얼 하고 있는지 눈여겨본다. 책을 잔뜩 펼쳐놓고 수험생처럼 공부하는 사람, 태블릿과 키보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시청 중인 사람 등.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마트폰에 눈이 가 있는 사람도 있다. 그 모습을 곱게 보지 않는다. 꼰대인 것 같다. 그들에게 선입견이 있다. '저럴 시간에 하던 거나 열심히 하지!'


주문한 음료를 받아오고 노트북을 켜 강의 자료를 열었다. 수정할 부분은 많지 않다. 이제는 연습할 때다. 작성한 강의안대로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다. 내용 연결이 생각처럼 흐르지 않아서 자꾸 멈추게 된다. 손을 놓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생각에 집중해야 하지만 어느새 손은 스마트폰에 가 있다. 울리지도 않는 알림을 확인하느라 습관처럼 열어본다. 화면을 연김에 오늘 올릴 인스타 피드도 작성한다. 10여분 동안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퍼뜩 이런 내 모습을 머리 위에서 내려가 보는 나를 떠올린다. 이런 내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남 욕할 게 아니었다. 오며 가며 다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보는 걸 한심하게 생각했던 내가 더 한심했다. 그들에게 속으로 뭐라고 할게 아니었다. 정작 나도 틈만 나면 화면을 열어젖히며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도 공부하는, 일하는 잠깐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 화면을 여는 것일 수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고작 그 순간 보이는 모습으로 상대를 판단했었다.


생각해 보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지 왜 신경을 쓰지? 그들이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든 왜 관심을 갖지? 어쩌면 그런 관심 때문에 보이는 내 모습에 더 의식하고 사는 건 아닐까? 정작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면서 말이다. 잠깐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양 처음 보는 사람을 판단했다. 그래봤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기껏 낯선 이에게 안 좋은 인상만 갖는 게 전부일 테다.


일요일마다 한 주 동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온다. 하루 평균 4시간을 사용한다. 대부분 오디오북과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톡이다. 깨어 있는 동안 수시로 들여다본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스스로도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 시간을 아끼면 더 의미 있는 걸 할 수 있을 텐데. 어떤 어플이든 목적을 갖고 사용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과연 진심인지 의심이 든다. 생면부지 남들에게 뭐라고 할 게 아니다. 카페에 있는 2시간 남짓 동안 절반도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나부터 각성이 필요하다.


출근하기 전 식탁에서 일기장을 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무엇을 쓸지 생각했다. 생각 끝에 써 내려간 게 앞에 적은 내용이었다. 평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되돌아본 시간이었다. 아마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별다른 지각없이 내 생각이 옳다는 식으로 판단했을 것 같다. 내 기준에 따라 상대를 분류하는 것이다. 정작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아채는 게 필요하다. 일기를 쓰면서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조용한 시간 혼자 생각하면서 할 수도 있다. 글로 쓰든 생각을 하든 그런 행위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질도 내 태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떨어져 바라보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알아채는 게 어제와 다르게 사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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