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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08. 2023

가까울수록 좋은 것


인류학에서 '정상가족'이라는 정의가 있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 정의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기러기 아빠, 무자녀 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 결혼 등의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대는 변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자로서 인정하는 요즘이다. 가족에 대한 정통적인 정의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이현정)


정상가족도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는 건 차치하더라도 한 공간에서조차 등을 돌리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는 자녀가 사춘기를 겪으며 시작돼 성인이 될수록 골이 깊어져 간다. 평생 등을 지고 사는가 하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회복되기도 한다. 언제든 관계가 회복되면 좋겠지만 평생 좁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낸다. 어떨 땐 차라리 남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24살에 독립하기까지 내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때까지 방 한두 칸짜리 사글세에서 다섯 식구 살았던 것 같다. 일 년 내내 얼굴 맞대고 살았다. 부모님도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도 형들과 거리를 두고 지냈다. 원수지간은 아니었지만 살갑게 지내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가난 때문에 한 방에 모여 산 덕분에 그나마 사이가 더 나빠지지 않았을 던 것 같다. 억지로라도 얼굴을 보니 미운 정이라도 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몸이라도 가까이 있었던 게 다행이다.


서로가 데면데면해도 가까이 지내면 그나마 덜 서먹해질 수 있다. 몸이 멀어져 지내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마음이 멀어지는 데는 가족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좋든 싫든 가까이 있으면 그나마 평균은 하는 것 같다. 가족 못지않게 문장에서 수식어와 수식 대상은 가까울수록 좋은 문장이 된다.

'직장인은 쉽사리 번 돈을 쓰기 어렵다' 어딘지 어색하다. 이 문장을 수식어와 대상을 고쳐보면,

'직장인은 번 돈을 쉽사리 쓰기 어렵다' 앞에 문장보다는 자연스럽고 이해도 쉽다.


수식어와 수식 대상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면 의미 전달이 어려울 수 있다. 말은 순서가 바뀌어도 표정이나 몸짓에 따라 상대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은 순서가 바뀌면 부자연스럽고 심하면 의미도 달라지게 된다. 어순은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게 대부분이다. 눈에 띄는 것도 어순을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바른 문장을 자주 접하지 않으면 틀린 걸 당연하게 사용하게 된다.


가족과 가까워지려면 상대방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어순도 마찬가지로 공부가 필요하다. 가족이든 문장이든 공부가 필요하고 이해가 깊어질수록 가족도 문장도 나아질 거로 생각한다. 결국 공부가 답이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95989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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