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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17. 2023

사과나무에 열매 맺기까지

이번 주부터 현장으로 파견 근무 나왔다. 준공이 얼마 안 남은 현장은 한 마디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준공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돈으로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비된 공사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날짜에 맞춰야 한다. 공사를 다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준공필증을 받기 위한 행정 절차에도 수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또 이와는 별도로 발주자에게 추가 공사에 대한 공사 비용 보고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일은 해놓고 돈을 못 받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이 공사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돈과 관련되다 보니 임직원 모두 민감한 때다. 쉽게 말해 수익이 남느냐 안 남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근무지가 바뀌는 게 이제는 익숙하다. 준공을 앞둔 현장이 있으면 나도 촉이 발동한다. 언제쯤 파견 명령이 떨어질지 마음의 준비를 하니 말이다. 파견 근무는 장단점이 있다. 현장 업무만 신경 쓰면 되는 터라 몸과 마음이 편하다. 퇴근도 한 시간 빠르다. 대신 당분간이지만 남의 책상에 더부살이한다. 또 출근 전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에 제약이 아주 조금 있다. 다행히  지금 현장은 2년 전 근무했던 곳이어서 현장 주변에 대해 파악된 상태다. 이 말은 새벽 5시 반에 글 쓸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의미이다. 지금 그곳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현장으로 파견 근무를 하든, 지방으로 출장을 가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목적지 주변 카페 중 문 여는 시간을 확인한다.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널드가 1순위다. 다음은 7시에 문 여는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다. 지금까지 서울 경기 대구 부산 등 다양한 곳을 다녔다. 어디를 가든 목적지 주변에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항상 있었다.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도 검색 몇 번이면 확인 가능하다. 그러니 어디를 가든 무조건 새벽에 출발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최소 2~3시간 일찍 도착하는 게 나만의 원칙이다.  


손님이 없는 새벽 카페는 집중이 잘 된다. 적막한 집보다는 가끔 사람이 오가는 데 더 익숙해졌다. 손님이 적으니 주변도 그렇게 시끄럽지 않다. 손님이 몰리기 전 글을 마무리하려고 애쓴다. 그 시간이면 나도 출근해야 하니 말이다.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것과 같은 효과다. 출근 전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찝찝하다. 중간에 시간이 나면 다행이지만 안 그런 날도 있어서 웬만하면 완성을 목표로 한다.  6년째 직장을 다니며 1300권 읽고, 6권 책을 쓸 수 있었던 게 이런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작가를 직업으로 정했기에 치열하게 글을 쓴다. 이렇게 안 쓰면 스스로 후회할 것 같아서다. 남들보다 늦은 감도 있지만 이왕 시작한 거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그만큼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만 바라면 도둑놈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인생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사과가 먹고 싶다면 사과나무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수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 땀과 정성도 들여야 한다. 대신 그만큼 달고 풍성하게 열릴 수 있다. 내가 키웠다고 나만 먹는 건 아니다. 다 먹지도 못할 테다. 좋은 것만 골라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도 가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물을 주고 햇볕을 쬐여주고 잡초를 뽑아준다. 풍성한 나무에서 달달한 사과를 맛보고 싶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95989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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