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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3. 2023

걱정과 더불어 잘 사는 방법


자가 격리 5일 차. 몸은 편하지만 마음에는 고구마가 매일 100개씩 쌓이는 중입니다. 손발이 묶은 채 일하려니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별문제 없이 대처 중입니다.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연락을 안 하려는 눈치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뻔할 테니 말이죠. 작년 2월에 격리 때도 느낀 게 있었습니다. 일주일 자리를 비워도 회사는 돌아가는구나.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이 하나 비면 나머지 손이 조금 더 바쁠 뿐입니다. 그렇게 보면 회사 내 어느 자리가 빈 다고 조직이 멈추거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막상 빈자리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돌아갈 텐데 다만, 결원으로 인해 생길 문제를 미리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일어나지 않을 96퍼센트의 걱정을 늘 갖고 사는 존재이니까요.


우리는 단 4퍼센트의 걱정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10개의 걱정이 있다면 그중 1개도 못 미치는 걱정만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10개의 걱정 중 집중해야 할 단 1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방법은 없습니다. 10개의 걱정 중 어느 게 현실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걱정은 실체가 없습니다.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입니다. 실제로 일어났지만 적절히 대응하면 별일 아니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촌각을 다투고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 긴박한 상황은 그에 맞게 대응하게 될 테 고요. 결과적으로 단 4퍼센트의 걱정도 실제로 일어나도 대처가 되는 일이라면 별일 아닌 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게 걱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옛말에 "지금을 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철학자, 종교 지도자, 선지자의 입에서 비슷한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지금을 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쓸데없는 걱정에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에 집중하라고 이해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걱정에 에너지 주지 말고 내 손에 들린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겁니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걱정도 사라지고, 시간이 지난 뒤 생각나지 않는 걱정이라면 걱정이 아닌 게 될 테니까요. 그런 의미로 '지금을 살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의미를 이해하면 좋은 말인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몰입하지 못하면 걱정은 어느 틈엔가 스멀스멀 또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겁니다. 24시간 내내 몰입만 할 수 없으니 걱정이 자리 잡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걱정이든 일상의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만큼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걱정은 정해놓은 자리에만 두고, 나머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채우는 겁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의 종류와 분량의 크기를 정해놓는 겁니다. 가령 직장인이라면 업무와는 별도로 나머지 시간에 할 수 있는 걸 찾아봅니다. 업무 기술 배우기, 처세 공부, 자기 계발, 독서, 글쓰기, 악기 배우기, 가족과 대화하기 등. 필요한 걸 선택해 시간을 정합니다. 적게 시작해 점점 시간을 늘립니다. 그리고 꾸준히 반복하는 겁니다.


6년 전 하루 중 남는 시간 동안 책만 읽었습니다. 그러다 내 시간을 늘리며 글도 쓰게 되고 강의도 하고 모임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24시간을 살지만 그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이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걱정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세상일에 걱정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걱정의 크기를 내가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지 않으려고 조절합니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먼저 함으로써 걱정이 설자리를 주지 않는 겁니다.


며칠 사이 그동안 못 잤던 잠을 실컷 잤습니다. 약에 취했다는 핑계 삼아 낮잠도 늘어지게 잤습니다. 해야 할 일은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걱정이란 놈도 제 몸집을 키운 것 같습니다. 오만 걱정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온 정신이 가 있었습니다. 이제 격리도 사흘 남았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다시 예전의 일상대로 몸을 움직이려고 합니다. 일어나는 시간도 당기고 일기부터 쓰고 블로그에 글도 남기고요. 일하는 시간에 맞춰 맡은 업무도 하나씩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걱정도 몸집이 줄어들 겁니다. 일상의 반복이 답입니다. 해야 할 일을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 나에게 중요한 것들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그것이 걱정을 줄이고 일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장 내 자리도 오래오래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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