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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05. 2023

달리기를 달리면서 배운다


달리기를 달리면서 배우고 있다. 작년에 아디다스 러닝화를 선물 받았다.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달리기 위해 신었다. 헬스장을 안 갈 땐 출퇴근할 때 신었다. 올해 3월 헬스장 재등록 안 했다. 1년 동안 갈고닦은 근육을 지키기 위해 주말에만 호수공원을 달려보기로 했다. 집에서 입는 운동복에 러닝화를 신고 나갔다. 달리는 자세는 책에서 본 대로 따라 했다. 시선은 45도 아래, 보폭은 어깨너비, 팔은 겨드랑이 붙이고 손은 달걀을 감싼 듯 쥐어주라고 했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호흡이 흐트러져 장거리를 달릴 수 없다고 했다.


호수공원 한 바퀴는 4.5킬로미터이다. 처음부터 완주를 목표하지 않았다. 뛸 수 있는 만큼 뛰어보기로 했다. 한 번 달려보면 내 몸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러닝에서 3킬로미터 정도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다. 다음에는 4킬로미터 정도 뛰었다. 세 번째는 중간에 멈추지 않고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달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달리는 요령도 붙었다. 달리다 보면 제법 고수티가 나는 사람이 있다. 옷, 신발, 호흡,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다. 달리는 중간 그들을 유심히 본다. 양팔을 어느 정도 폭으로 움직이는지, 시선은 어디에 두는지, 디딤발은 어떤 모양인지 관찰한다. 


한 번은 내 앞으로 환갑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운동복에 러닝화까지 갖추고 달리고 있었다. 절반정도 달린 때라 따라잡을 힘이 없었다. 욕심내기보다 어르신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달리는 내내 어르신의 속도는 일정했다. 세 사람이 들어올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출발선에 가까울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포기를 고민하는 구간이 있다. 찰나를 견디면 억지로 완주하게 된다. 어쩐 일인지 어르신의 발 뒤꿈치를 따라 뛰니 포기할 마음보다 계속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르신도 나를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정한 출발선에 도착하기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우연찮게 함께 달리면서 내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덜 힘들게 완주할 수 있었다.


아직은 초보라서 평균 속도가 느리다. 따라 잡히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잡는 이들은 대게 경력이 좀 있어 보인다. 자세도 안정되고 복장도 근사하고 호흡도 일정하다. 그들을 보면서 내 자세를 점검해 본다. 어깨가 흔들리지 않는지, 팔을 세게 흔들지는 않는지, 속도에 욕심을 내지 않는지,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는지 말이다. '삼인행필유아사언' 세 사람이 걷으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호수 공원을 달리는 사람의 목적은 비슷하다. 그들과 마주치고 나란히 달리다 보면 분명 배울 게 있다. 나보다 빨리 뛰는 이들에게서는 더 잘 달리고 싶은 자극을 받는다. 나보다 느린 이들에게서는 자만하지 않는 태도를 배운다. 앞서가는 이들도 힘이 든 건 마찬가지다. 뒤따르는 이들에게 언젠가 따라 잡힐 수 있다. 원을 따라 달리는 코스여서 누가 선두이고 누가 꼴찌인 건 중요하지 않다. 오롯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다.


3월부터 시작해 벌써 15번째 러닝과 6번 완주했다. 4.5킬로미터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무리하지 않으면 한 바퀴보다 더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작년에 만들어놓은 다리 근육 덕분에 달리는 게 그나마 수월하다. 무리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한 탓에 호흡도 안정적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 거리도 늘리고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달리다 보면 한 두 번 포기의 유혹을 느끼지만 선방 중이다. 간간이 마주치고 앞에 달리는 누군가 덕분에 그나마 힘을 내게 된다. 혼자 달리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달리기를 달리면서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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