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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11. 2023

기침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기침을 달고 산 지 2주째다. 시시때때로 기침이 난다. 사무실에서도, 식당에서도, 통화 중에도,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낯선 이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한번 시작한 기침이 내 의지대로 그치지 않을 땐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나처럼 기침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경계심이 드나 보다. 나조차도 민폐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낫지 않는 기침, 들지 않는 약이 원망스럽다. 사람 만나는 데 꼭 필요한 태도가 있다. 예의를 갖추는 건 기본이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자세이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만났었다. 이번에는 반팔 차림으로 다시 만났다. 인도에서 근무 중인 S 님의 휴가에 맞춰 모임을 가졌다. 참석 인원이 적었던 탓에 장소 섭외도 어렵지 않았다. 몇 달 전 오픈한 지인의 대여 공간을 눈여겨봐 뒀다. 주인과는 5년 전 다꿈 스쿨에서 인연을 맺었다.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SNS를 통해 소식을 나누고 지냈다. 그 공간은 손수 꾸민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 은은한 조명, 강남역 1분 거리, 스타벅스 커피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살짝 긴장도 됐다. 한편으로 언제 터질 줄 모를 기침 때문에 대화 내내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주인장은 약속이 있다며 10분 남짓 공간 사용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간간이 기침이 새어 나왔다. 기침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묻지 않아서 한편으로 감사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혼자 남았다.

집에서 챙겨 온 생강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며칠째 생강차를 틈틈이 마셨다. 마시는 양에 비해 기침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약도 떨어진 터라 생강차라도 꾸준히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약속시간이 될수록 기침이 더 신경 쓰였다. 한 분씩 제시간에 맞춰 찾아왔다. 마스크를 쓴 채 인사를 했다. 안부를 묻는 중에도 기침은 간간이 새어 나왔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내내 마스크를 썼고 말하는 중간 기침이 섞여 나왔다. 기침이 나오면 생강차를 마셨고,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또 생강차를 마셨다.


10시가 조금 넘어 다섯 명이 모였다. 1년 반 동안 화면으로 봐온 터라 낯설지 않았다. 얼굴 보고 대화하는 건 화면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독서모임이었지만 책 대신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무려면 어떤가. 대화는 유쾌했다. 시계를 볼 사이도 없이 대화는 이어졌다. 한편으로 기침은 끊이지 않았다. 연신 생강차를 마셨고 마스크는 계속 쓰고 있었다. 기침하는 모습이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나오는 기침을 억지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침 탓에 나만 대화에 집중을 못 한 것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 나로 인해 불편을 주지 않을까 마음 쓰였다.


20분 같은 2시간이 지났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서도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그 순간만 빼고 말이다. 다 먹고 나서도 간간이 터지는 기침 탓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식당이라 더 신경 쓰였다. 할 말이 남아서 근처 카페로 장소를 옮겼다. 카페 안은 서늘했다. 따뜻한 차를 연신 입에 넣으며 기침이 안 나오길 바랐다. 에어컨 찬바람에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내가 안쓰러웠는지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카페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강남 한복판에서 다시 만나길 기약하는 인사를 나누었다. 오후 햇볕은 뜨거웠다. 후덥지근한 공기도 내 기침을 막지는 못했다. 기침이 섞인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각자 갈 길을 갔다.


4시간 남짓 만났다. 그 사이 셀 수 없이 기침을 해댔다. 땀이 날 정도로 심한 기침도 간혹 있었다. 나는 나대로, 상대방은 상대대로 신경이 쓰였을 거다. 기침하는 내가 불편했을 수도 있다. 불편한 감정을 가졌든 그렇지 않았든 오롯이 내 잘못이다.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내 탓이다. 사람 사이 예의 바른말과 행동은 기본이다. 예의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이다. 상대방은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불쾌감을 느낀다. 거기에 더해 기침도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다지 유쾌한 모습이 아닌 건 사실이다.


가정, 직장, 대인관계 등 사람 사이에서 살 수밖에 없다. 얼굴을 마주하든 전화로 대화하든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불쾌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사람의 태도를 말해준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나처럼 기침하는 건 상대가 보기에 그다지 유쾌한 모습은 아닐 터다. 상대방이 이해해 주면 다행이지만, 이해를 바라기 전에 자기 몸을 챙기는 게 먼저이다. 연례행사처럼 한 번씩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기 전에 나부터 불편해 미칠 지경이다. 한방에 기침이 떨어지는 약이 있다면 얼마가 들더라도 치료받고 싶은 심정이다. 기침이 오래되니 몸도 피곤한 것 같다. 기침은 이래저래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잔병치레하지 않게 평소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겠다. 운동량도 늘리고 건강한 음식도 더 챙겨 먹어야겠다. 내 몸 내가 지키자. 내 건강 지키는 게 사회생활도 잘하는 요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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