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나아지면 글도 좋아진다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장애물을 만난다. 글감이 안 떠오른다. 이런 내용을 써도 될까? 오늘은 글 쓸 기분이 아닌데. 언제까지 써야 내 삶이 달라질까? 의심, 걱정, 후회, 비교 등 다양한 감정이 든다. 어렵사리 시작해도 쓰다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비단 글쓰기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살다 보면 다양한 사건 사고가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안 좋은 일이 따라온다. 안 좋은 일 뒤에는 행복한 순간도 찾아오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어쩌면 이처럼 삶은 지극히 단순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다. 삶이 그러한데 글쓰기라고 다를까? 맞다, 글을 쓰면서 만나는 다양한 장애물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그러니 그냥 쓰는 게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
내리막만 걷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분명 좋았던 순간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좋은 걸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의 에너지를 불행한 나를 바꾸려는데 썼던 거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나를 바꾸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에 매달렸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는 몰랐다. 나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좋은 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게 더 빠르다는 것을.
내 일을 좋아하지도,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지냈다. 어쩌다 하나 배우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러니 하는 일이 늘 거기서 거기였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도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다. 내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건 언제 어디서든 티가 나기 마련이다. 남들에게는 그런 나의 단점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걸 모르는 나는 늘 비슷한 일만 반복하는 게 불만이고, 일감이 적은 데 만족해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었다.
가정에서도 장애물은 항상 존재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관계다. 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모의 태도를 보고 아이들은 신뢰를 갖는다. 부모가 꺼내는 말에서 믿음이 생긴다. 나만 생각하는 태도, 기준이 없는 말투는 아이와 아내를 멀어지게 했다. 내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그들을 탓했다. 그러니 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화를 끓이며 살았다. 어쩌다 참지 못하고 터질 때면 그들은 조금씩 멀어져 갔다. 미련하게 시간이 지나면 관계도 좋아질 거로 믿었다. 그들이 나를 이해해 줄 걸로 믿으면서 말이다.
내 인생에 오르막은 없을 거라 믿었던 나, 내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 가족에게 멀어지던 나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스스로 만들었던 장애물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다.
어제는 지나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다.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는 내일은 분명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후회하고 기대해 봐야 오늘이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을 바꿀 수 있는 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주어진 업무를 하고 틈틈이 운동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의 전부다. 오늘에 후회가 없으면 자연히 내일을 기대하게 되고 어제의 후회도 사라진다. 내일도 오늘처럼 반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매일이 쌓이면 삶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 말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원인이다. 이런 생각을 갖기 전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핑계대기 위해서였다. 자신에게 핑계 대는 것만큼 지질한 게 없었다. 그런 짓을 여태껏 해왔다. 그런다고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진흙 구덩이에 빠지는 꼴이었다. 탓을 멈추면 내가 보인다. 부족한 나가 보이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도 알게 된다. 내가 바뀌는 게 먼저다. 핑계와 탓을 멈추고 나를 인정하는 게 순서다.
장애물이 두려운 건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서다. 반대로 그 뒤에 무엇 있는지 안다면 장애물이 아니다. 내리막 뒤에 오르막이 있고, 내 일을 좋아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족과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는 요령을 익히면서 장애물도 함께 없앨 수 있다. 이런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니 배움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늘 깨어 있어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챌 수 있다. 깨어 있기 위해 배움만 한 게 없다고 믿는다. 평생 배우면 적어도 남은 시간은 장애물을 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도 인생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살면서 만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를 글쓰기에도 똑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핑계 대지 않고 오늘 쓸 수 있는 만큼은 기필코 써내겠다는 각오와 배움(독서)을 놓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도 할 터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알기로 더 쉬운 방법은 결단코 없다. 살면서 만나는 장애물과 글을 쓰며 만나는 장애물은 정공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6년 동안 매일 읽고 쓰면서 나름 깨달은 이치이다.
정공법은 귀찮고 오래 걸리고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고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한다. 다르게 볼 필요 있다. 긴 시간 꾸준히 노력해서 얻게 될 가치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덜 익은 열매가 아닌 매일의 노력이 쌓여서 얻게 될 달달한 열매 맛 말이다.
https://brunch.co.kr/@hyung6260/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