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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7. 2023

인생을 쭉쭉 펴주는 매직, 글쓰기

"어마나! 이거 내 이야기잖아! 이건 꼭 사야겠다."

단숨에 결제해 버렸다. 두 번 생각 안 했다. 1분짜리 동영상을 보면서 결심했다. 

5:5 가르마에 철수세미 같은 완전 곱슬머리였다. 스프레이 타입 제품을 머리 위로 몇 번 분사하더니 빗질을 한다. 빗질 한 번에 곱슬이 매직스트레이트로 펴진다. 몇 번 빗고 나니 찰랑찰랑한 탄력에 윤까지 난다. 이거 뭐지? 곧게 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내 머리카락에도 희망을 봤다. 

나는 반곱슬머리다. 남들은 돈 주고 몇 시간씩 정성을 들여야 겨우 만든다는 웨이브를 가졌다. 손가락으로 슬 쓸어 넘기면 물결치듯 자연스러운 층이 생긴다. 머리카락만 놓고 보면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다. 물론 건강한 신체를 갖게 해 준 것도 감사하다. 이런 머리카락도 길어지면 통제가 안 된다. 길어질수록 하늘을 향해 뻗친다. 아무리 드라이하고 제품을 발라도 그때뿐이다. 반나절 지나면 꼿꼿하게 허리 펴고 두 발로 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맘때가 머리 자를 때라고 인지하게 된다.   


격리하는 1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예 작정하고 이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고개를 처박고 몇십 동안 인스타 피드를 봤다. 그러던 중 매직 스프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1분짜리 동영상을 보고 났더니 관련 제품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많은 제품이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 스프레이 몇 번에 하루동안 찰랑한 머리가 유지된다고 했다. 안 해볼 이유가 없었다. 나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던 터라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았다. 누가 그랬다. 물건은 이렇게 팔아야 한다고. 물건뿐 아니다. 내가 줄 수 있는 무엇이든 상대방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팔릴 수 있다고. 


나도 얼마 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글쓰기 책 쓰기를 알려주는 강의를 론칭했다. 시작은 했지만 아직 수강생은 없다. 4월에 처음 무료 특강을 했다. 11명이 특강을 들었지만 정규 강의 신청은 하지 않았다. 다시 5월에도 특강을 했다. 어제였다. 수강생 숫자는 줄었지만 내용은 4월보다 알차게 준비했다. 역시 강의는 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게 맞나 보다. 자화자찬이다. 일주일 전에 했어야 할 특강인데 격리하는 바람에 한 주 늦어졌다. 그 덕분에 몇 분이 더 신청 했다. 1시간 남짓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글쓰기와 책 쓰기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줬다. 평생 무료 재수강 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평생 재수강을 하는 목적은 살아 있는 동안은 함께 글을 쓰자는 나의 의지이다. 글쓰기가 일상이 되고 글이 쌓이면 책을 내는 건 문제도 아니다. 책은 글을 쓰는 과정에 일종의 결과물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매일 글을 쓴다. 그러니 글을 통해 분명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내가 그 증거이기도 하다. 이 정도 가치와 의미라면 글 쓰고 책 쓰고 싶은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대세다. 노출과 입소문 만으로 알게 모르게 인기 있는 제품이 제법 있다. 매직 스프레이도 그중 하나인 것 같다. 온라인에서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그 가치를 입증해 준다. 어느 정도 소문이 나면 광고도 유입도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팬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제품을 좋아해 주는 팬 100명만 확보하면 한 달에 1천만 원 버는 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물론 어떤 제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내 팬 100명 확보를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한다. 100명의 충성 고객 개개인에게 연결된 최소 150명의 인맥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처음 100명의 팬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가 사업을 안착시키는 승부수라고도 한다. 나도 같은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초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일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쓸 때와 달리 사업 목적으로 글을 쓰는 건 조금은 달랐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게 먼저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게 팬을 만드는 출발점일 테니까. 브랜드(월간책방 - 상표등록)도 만들고 로고도 디자인해 보고 강의안도 만들고 각종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조금씩 나를 알리다 보면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자연히 연결될 테니까.


 SNS로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이다. 소통은 물론 물건도 팔고 개인을 홍보하는 도구로도 활용한다. 어쩌면 정의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저마다 목적을 갖고 활용하기 나름일 테니까. 그 덕분에 뻗치고 날뛰는 머리카락을 쭉쭉 펴줄 매직 스프레이도 만났다. 이튿날 배송받고 사용해 보니 기대 이상 효과가 났다. 출근 전 몇 번 뿌려주는 걸로 하루 종일 차분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만하면 2만 원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살면서 뻗치는 감정, 날뛰는 생각, 요동치는 마음은 무엇으로 진정시켜 줄 수 있을까? 있다. 글쓰기이다. 감정이 뻗치고, 생각이 날뛰고,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글을 쓰면 된다. 글을 쓰면서 감정도 생각도 마음도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놓을 수 있다. 차분하게. 꾸준히 감정을 생각을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로 표현하다 보면 인생도 쭉쭉 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쓰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 정도 가성비라면 평생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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