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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9. 2023

두 가지만 기억하면
습관 만들기 끝


전날 기침 때문에 잠을 설쳤다. 새벽 3시 넘어 겨우 잠들었다. 5시에 울리는 알람을 언제 껐는지도 모른 채 계속 잤던 것 같다. 8시쯤 일어났다. 양치로 잠을 깨고 식탁에 앉아 일기를 썼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잠 때문인지, 늦게 일어난 때문인지 무얼 쓸지 떠오르지 않았다. 메모만 끄적이다 1시간가량 보냈다. 앉아 있는 내내 기침이 안 멈춘다. 붙잡고 있어 봐야 진도도 안 나갈 것 같다. 다시 가방을 챙겨 나왔다. 병원으로 갔다. 격리 해체 후 사흘 만에 다시 약을 받으러 갔다.


자려고 눕기 전 약을 먹었다. 기침을 완화시켜 주는 패치도 등에 붙였다. 전날보다 기침이 덜하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깊이 잤다. 새벽 알람 소리를 끈 기억도 없다. 벽시계는 6시 반을 가리킨다.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잠을 이기지 못했다. 또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뒤 겨우 일어났다. 이틀 동안 늦잠 잤다. 자책은 들었지만 잠을 깨러 욕실로 들어갔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식탁에 앉았다. 일기를 썼다. 옷을 챙겨 입고 집에서 나왔다. 어제 왔던 곳 같은 자리에 앉았다. 어제는 못 쓴 글을 오늘은 이렇게 쓰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격리했었다. 하루 세 번 약 먹는 시간을 지키려다 보니 새벽 기상할 상황이 아니었다. 자기 전 약을 먹으면 약기운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알람 소리는 들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기보다 약 먹고 낫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7시쯤 일어났다. 잠 깨고 글 한 편 쓰고부터 업무를 봤다. 약을 먹기 위해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밥 먹고 약 먹으면 몸이 나른해진다. 그 상태에서 일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적은 분량이라도 매일 조금씩 읽었다. 일기도 매일 빼놓지 않고 썼다. 해야 할 일은 꼭 했다.


습관을 갖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대개 66일 이상 반복해야 뇌와 몸이 인식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지는 믿을 게 못 된다. 아무리 굳은 의지로 시작해도 의지를 꺾는 여러 상황이 생긴다. 숨겨진 지뢰가 터지듯 언제 어느 때 습관을 방해하는 요인이 생길지 모른다. 각오 하나 믿고 시작해 보지만 각오는 꺾이기 마련이다. 각오나 의지보다 유연한 마음가짐과 의무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해놓은 시간보다 늦게 일어날 수도 있고, 야근 때문에 늦게 퇴근할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아서 평소와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또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얽혀 살다 보면 여러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직장을 다니면 뜻하지 않은 일도 자주 일어난다. 그때마다 자신을 자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책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일어나는 상황을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해야 할걸 하겠다는 의무감이 꼭 필요하다.


습관은 어떤 행동을 아무런 저항 없이 꾸준히 반복하는 걸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런 저항 없이'이다. 저항이 없을 수 없다. 인간의 뇌는 귀찮은 걸 싫어한다. 며칠 못 가 포기하는 것도 이런 뇌의 특성 때문이다. 반대로 일정한 시간 저항을 이겨내면 뇌는 이를 당연한 걸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아무런 저항이 생기지 않을 만큼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필요한 게 의무감이다. 방해하는 상황은 생길 수 있다고 유연하게 받이는 반면, 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반드시 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격리 기간에도 늦잠 잔 주말에도 반드시 일기 쓰고 글 한 편 쓰고 책을 읽어낸 것처럼 말이다.


좋은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고 했다. 원하는 습관을 만들기까지 만만치 않다. 도움을 받기보다 방해가 더 많다. 방해가 많다고 그때마다 상황을 탓하며 포기와 다시 시작을 반복할 수만 없다. 무엇보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마음과 약속한 건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일정 기간 뇌를 속이면 충분히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속이는 데 필요한 약간의 요령만 익히면 말이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언제 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정한 걸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 그런 태도와 마음가짐을 습관으로 갖는다면 못 만들 습관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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