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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02. 2023

나는 카글족 입니다

카글족-카페에서 글 쓰는 종족


기말고사를 한 달 앞둔 큰딸. 6과목을 보는 탓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벌써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목표를 정했다. 평균 95점. 목표와 함께 요구 사항도 말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동기부여를 위해 못해줄 게 없다. 공부할 시간을 내기 위해 슬슬 습관에도 변화를 주려는 것 같다. 큰딸이 먼저 집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겠다고 한다. 기특하다. 주말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부족한 부분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한다. 지난 중간고사에서도 과학이 자신 없다고 했다. 며칠 동안 스터디 카페에서 집중 공부한 덕분에 95점을 받았다. 집보다는 스터디 카페가 집중이 잘 되는가 보다. 이번 기말고사도 기대한다. 노력한 만큼 바라는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학생일 때는 스터디 카페를 독서실이라고 불렀다. 한 칸씩 독립된 책상이 줄지어 있는 게 시설의 전부였다. 요즘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문이 달린 혼자만의 공간, 옆면이 막힌 책상, 여럿이 둘러앉는 넓은 책상, 한 방에 여러 명이 들어가는 공간 등. 저마다의 취향을 고려해 구성해 놓는다.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고 복사기와 프린트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스터디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궁극의 목적이다. 큰딸로 잘 갖춰진 환경과 분위기에 때문에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스터디 카페를 찾는 이유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 노력해도 조금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나에게는 카페이다. 글 한 편 쓰는 동안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말 거는 이도 없고 눈치 주는 시선도 없다. 여럿이 함께 있지만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곳이다. 주변의 적당한 소음은 집중력에 도움을 준다. 물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집중이 더 잘 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고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막아준다. 무엇보다 다양한 먹거리로 당 충전은 물론 허기를 달랠 수도 있다.


잠실에서 10시에 작업자를 만나기로 했다. 평소처럼 5시 2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출근 시간 강변북로를 이용하면 막힐 게 뻔했다. 일찍 도착해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하다. 6시에 잠실역에 도착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근처에 7시에 문을 여는 스타벅스가 있다. 기다리는 동안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7시,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과일 한 컵을 사서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료를 받아 들고나가는 사람, 나처럼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켠 사람, 음료를 사이에 두고 대화 나누는 사람. 오가는 사람만 지켜봐도 지루할 틈이 없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고개 한 번 들고 생각을 환기시킨다. 식어가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뇌를 자극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틈에서 글 한편 써내기 위해 집중하는 중이다.


2018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카페를 찾아다녔다. 출근 전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기 위해 일찍 문을 연 카페를 찾았다. 외근 중 남는 시간 책을 읽기 위해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을 공간을 찾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처음에는 혼자 한자리를 차지하는 게 어색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서 두세 시간 죽치고 있는 게여간 눈치 보이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어색했다. 책을 읽는 나를 주변에서 어떻게 볼지 의식했다.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나도 책을 읽다 보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남의 눈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카페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 덕분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긴장감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도 집중에 도움을 준다. 마감 시간을 정해놓으면 없던 힘도 생기는 게 사람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마감을 정하면 글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매일 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낯선 공간과 사람, 스스로 정해놓은 마감 시간, 한 편의 글을 써내기 위해 카페를 활용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118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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