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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07. 2023

실패와 좌절에 기회가 숨어 있다


2021년 6월, 생애 첫 출판 계약서를 썼다. 1년 뒤 출간을 조건으로 달았다. 언제 출간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낼 수 있다는 걸로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났다.


2022년 1월,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을 때다. 어느 업종도 코로나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출판업도 마찬가지였다. 한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첫 책을 계약한 출판사 대표였다. 안부를 묻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계약을 파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했다. 그렇게 첫 계약은 없던 일이 되었다.


두 달 뒤 세 번째 원고 퇴고를 마쳤고 투고에 들어갔다. 그해 5월 세 번째 원고 출간 계약을 했다. 7월 세 번째 원고가 첫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다시 첫 번째 원고 퇴고에 들어갔다. 버릴 수 없는 원고였다. 10월, 투고했다.


12월, Y 출판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계약에 앞서 원고에 대한 수정이 가능한지 묻는 자리였다. 두 시간 동안 퇴고 방향과 색깔에 대한 출판사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수정된 원고를 보고 계약 여부를 판단하겠단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다시 두 달 동안 퇴고에 들어갔다.


2023년 3월, 수정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바로 답이 오지 않았다. 며칠 뒤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매년 한국출판진흥원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에 응모해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공모전에 당선되면 출판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당선만 되면 계약도 자동으로 되는 거였다. 나도 출판사도 두 달만 기다리면 됐다. 그러자고 했다.


지난 5월 말,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두 달 동안 간절히 기도했지만 명단에 없었다. Y 출판사도 아쉽게 됐다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고 연락해 왔다. 지난 열 달 동안 노력한 보람 없이 또 한 번 좌절을 경험했다. 끝이 아니다.


이미 제법 근사한 원고가 내 손에 쥐어 있다. 다시 투고하면 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다.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다른 기회는 얼마든 열려있다. 투고하고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떤가? 또 퇴고하고 다시 투고하면 된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2021년 3월, 첫 책 원고 마무리했다. 2023년 6월, 같은 원고를 몇 번의 퇴고를 거쳐 다시 투고한다. 2년 넘게 기대와 좌절을 반복해 오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언제든 온다.

6개월 만에 계약이 파기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퇴고하고 투고했다. 다른 출판사를 만났고 다른 방향으로 한 번 더 퇴고했다. 퇴고했지만 바로 계약되지 않았다. 대신 공모전에 응모하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끝이 아니다. 다시 투고를 준비 중이다.


둘째, 남과 비교하면서 자책하지 않는다.

실패했다고 자책할 이유 없다. 남들보다 늦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과정이 오래 걸린다고 조급해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 비교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비교하면 자책만 는다. 아무 쓸모없는 감정이다. 내 수준을 인정하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을 믿으면 된다.


셋째, 새로운 기회를 통해 한 발 더 성장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면 분명 한 발 던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원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여러 번 퇴고를 거친 원고는 처음보다 훨씬 나아졌다. 나도 이제까지 여러 번 좌절을 경험하면서 처음보다 더 단단해졌다. 조금 더 의연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취업, 이직, 시험, 출판, 창업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한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뜻하지 않는 일이 생기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하면 더 나은 기회를 기약할 수 없다. 실패에는 분명 더 나은 기회가 숨어있다. 내가 실패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실패도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회는 어디에든 열려있다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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