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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14. 2023

벗을수록 잘 달리고,
덜어낼수록 잘 쓴다


꾸준히 달리면 몸이 건강해진다. 달리기는 근육을 키우고 혈액 순환을 돕고 체지방을 줄이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이 밖에도 사람마다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달리기도 달릴수록 실력이 나아진다. 실력이 나아지려면 꾸준해야 하고 달리는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멀리할수록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 달리기의 본질은 달리는 행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시간 일찍 집에 도착했다. 아내가 집에 있었다. 화요일 수업이 종강했단다. 이때다 싶어 호수 공원 한 바퀴 달리고 오겠다고 했다.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반바지에 반팔로 갈아입고 모자를 챙겨 나왔다. 낮더위가 없었던 터라 공원 공기는 시원했다. 해는 멀어지고 있었다. 스트레칭 후 자전거 코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해를 등지고 달리는 게 나을 것 같아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땅만 보고 달리지 않는다. 주인을 끌고 다리는 강아지, 나란히 걷는 중년 부부, 엄마를 따라나선 딸, 수다를 즐기는 노부부, 나처럼 달리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 집에서 입는 옷처럼 편안한 운동복, 퇴근하고 온 것 같은 말끔한 차림, 잘 갖춰 입은 정장에 날 선 하이힐, 나처럼 반바지에 반팔을 입은 사람도 보인다. 특히 달리다 보면 달리는 사람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옷과 운동화를 신었는지 보게 된다.


달리는 사람도 입은 옷에 따라 실력이 구분되는 것 같다. 자세가 반듯하고 속도가 제법 나는 사람은 기능성 반바지와 민소매티를 주로 입는다. 손목에 기록 측정용 시계가 걸친 전부다. 반면 달린 지 얼만 안 된 것 같은 이들은 땀 흡수 안 되는 반바지에 반팔,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까지 끼고 달린다. 나도 처음 몇 번은 옷도 대충 입고 혹시나 달리는 동안 전화가 올까 싶어 주머니에 넣고 뛰었다. 뛰면서 생각했다. 30~40분 남짓 동안 연락이 올 때가 있을까? 주말 아침, 평일 퇴근 후에 연락 올 때가 없었다. 달리기 초반 기운이 있을 땐 뭐든 들고뛰지만, 달릴수록 힘에 부치면 몸에 걸친 것조차 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니 달릴 때 걸리 적 거리는 걸 최소화하기로 했다. 옷 말고는 몸에 걸치거나 손에 들지 않았다.


달리기 실력이 나아지면 입는 옷도 달라진다. 오래 달릴수록 몸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땀 흡수가 잘 되고 가벼운 옷을 입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또 팔의 움직임을 간결하고 작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글을 쓸 때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불필요한 단어, 문장이 많을수록 의미 전달,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된다. 군더더기가 많은 글은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힘을 잃는다. 내 생각을 단순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서는 문장도 간결해야 한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문장은 의미도 명확하다. 그래서 문장을 짧게 쓰라고 한다. 마치 달리기 선수가 옷을 가볍게 입는 것처럼 말이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으면 꾸준히 달려야 한다. 꾸준히 달리려면 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달릴 때 방해되는 건 최소화해야 집중할 수 있다. 달리기의 본질은 달리는 행위에 있으니 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꾸준히 써야 한다.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행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에 불필요한 단어나 문장이 적어질수록 의미 전달은 선명해진다. 글쓰기의 본질은 글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으니 말이다.



https://brunch.co.kr/@hyung626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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