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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20. 2023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질문하지 않았었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질문을 못하니 당연히 답도 못 찾았다. 언제 문 닫을지 모를 직장을 다녔다. 불안했었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고만고만할 것 같았다. 한 단계 올라서고 싶었지만 방법을 못 찾았다. 막연하게 이력서에 경력과 스펙이 많으면 좋을 줄 알았다. 자기 계발을 했지만 나를 위한 계발은 아니었다. 역량을 키우기보다 이력서 한 줄 늘리는 노력이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 답을 찾으려 애쓰기 시작하기 마련이죠, 자신을 브랜드로 여기는 일의 유익함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갖는지, 어떤 가치를 생산해 제공할지를 따져 묻고 좀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 말입니다. 그런 노력은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줄 테니 누군가를 원망하고 화내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노력은 했지만 이력서 빈칸은 채워지지 않았다. 성과가 없는 노력은 불다만 풍선이나 다름없었다. 성장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이만큼 노력하는 나를 뽑아달라는 아우성이었다. 내가 나를 봐도 못 미더웠는데 남이 나를 보면 어떻겠는가?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노력만 하면, 열심히 사는 모습만 보이면 운이 좋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었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은 아니었다. 얼마 못가 회사가 사라지든, 내가 못 견디고 도망치든 둘 중 하나였다.


지나고 나서 보니 마흔이란 그런 나이더군요. 생을 받아 나올 때 이미 정해져 있던 것들과 결별해 그 이후의 인생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로 만들어가야 하는. 말하자면 '존재의 독립'을 이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그랬던 것 같다. 스스로 서지 못 했었다. 마흔이 아니더라도 결혼하고 한 가정을 꾸렸으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했다. 나도 못 챙기면서 가정을 건사하는 건 언제 쓰러질지 모를 탑을 쌓는 거나 다름없었다. 태어난 건 내 뜻이 아니었지만 태어난 이상 나로 존재해야 하는 숙명이 주어진다. 어떤 나로 존재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저 그런 남들과 비슷한 색을 내며 살지, 아니면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독특한 향을 내며 살지 말이다.


남다른 성취를 하거나 자신의 뜻에 따라사는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합니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중 그런 시간을 가지려면 덜 중요한 나머지는 줄이거나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중요한 것을 삶의 중심에 둘 수 있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어 의미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마흔셋,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6년째 읽어오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책을 통해 질문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니 책이 나에게 질문했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현재의 나를 인식하게 되었다. 질문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현재까지 내가 찾은 답은 적어도 이전과 다른 나로 살아볼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시간을 달리 사용하고 있다.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동안 24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무언가 미쳐본 적 없었다. 일에도, 공부에도, 관계에도, 가족에게도 열과 성을 다한 적 없었다. 몰입하지 못하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남는 시간을 허투루 사용했다. 술자리,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의미 없는 곳에 허비했었다.


바라는 게 생기면서 시간의 밀도를 높였다. 시간의 밀도를 높인다는 건 24시간 안에서 보다 더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다. 여전히 직장을 다닌다. 일하는 시간 외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투자해 왔다. 의미 없는 시간을 줄이고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한 것이다. 그런 노력이 쌓여 성과물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얼마 전 공저 한 권이 추가되면서 총 7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불과 2년도 안 걸렸다. 어쩌면 6년 전부터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들에 우선순위를 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삶에 중심에 두면서 가능했다.


그걸 다 건너 비로소 어느 지점에 다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저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 없이 지낸다는 것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현실과 마음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여전히 여러 점들을 지나는 중이다. 한 점에 닿으면 또 다른 점이 보인다. 한 단계 올라서면 또 다른 단계가 기다린다. 삶이 소리 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듯,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도 그저 묵묵히 해내는 게 나를 위한 삶이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고 의미를 의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택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거라고 믿어보기로 선택했다. 그 선택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할 일은 했고, 의심이 드는 순간에도 선택을 믿어보기로 했다.


6년 동안 읽고 쓰기를 해보니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지금 내 수준에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손이 닿는 만큼 나누며 살고 있다. 욕심을 부린다고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게 아니다. 단풍은 끝에서부터 물이 들기 시작한다. 중간을 건너뛰지 않는다. 서서히 시간을 두고 물이 들어야 비로소 제 빛깔을 내게 된다. 내가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역량이 커지는 만큼 물들이는 곳도 넓어질 테다. 조급해 하지 않는다. 노력과 실력은 스스로 빛을 내는 법이다. 억지로 보여주지 않아도 존재감이 드러난다. 내가 할 일은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내가 만든 규율에 따라 오늘 할 일을 해내는 거다.


이 책은 인생의 전환기, 이직, 전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떤 상황이건 문제를 극복하는 건 현재를 인식하면서부터이다. 이 책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은 지금의 나를 인식하게 돕는다. 올바른 질문에 답을 찾으면 그게 정답이 될 수도 있다. 저마다의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길 바라본다. 이 책이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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