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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19. 2023

글로 소통하는 시대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듯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왔다. 주말 저녁 9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가끔 이 앞을 지나면서 요즘 누가 공중전화를 쓰는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누군가 사용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르면 유치원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상이다. 아이들에겐 공중전화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을 테다. 지금 스마트폰이 당연하듯 한때 공중전화도 꼭 필요한 소통 도구였다.


4050 세대의 특징이 있다. 유선전화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통신 수단을 사용하며 성장해 왔다. 집집마다 전화기를 놓기 시작한 7,80년대, 공중전화와 무선 호출기를 사용한 90년 대, 무선 전화가 상용화된 2000년 대,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은 요즘까지 모두 경험했다. 이 말은 통신기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는 의미이다. 공중전화 앞에 긴 줄도 섰었고, 무선호출기에 남기는 암호 같은 번호로 소통했었고, 무선 전화기에 이은 스마트폰은 빠르고 쉽게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와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특징 하나가 생겼다. 글자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가 상용화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는 한글 40 여자를 쓸 수 있었다. 기기가 발전하면서 보낼 수 있는 글자 수와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해졌다. 오히려 요즘은 간단한 소통은 통화보다는 메신저 이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얼굴 보고 대화해도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표정, 뉘앙스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화로 소통하면 이런 문제가 더 자주 생겼다. 더구나 요즘은 표정과 말투를 짐작할 수 없는 문자로 소통하는 탓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쩌면 글로 소통하는 요즘 글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한 때 일 수도 있다.


20대 때 무선전화기를 사용했다. 사랑을 이어주는 데 꼭 필요한 도구였다. 언제 어디서든 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족쇄 같았지만 사랑을 확인하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 반대로 이별을 말할 땐 문자를 적극 활용했었던 것 같다. 차마 말로 못 할 내용은 장문의 글로 마음을 표현했다. 상대방이 보낸 글을 읽다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당장에 달려가 오해를 풀고 싶은 충돌이 일기도 했다. 때로는 상대의 문자 내용을 오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 단어에 다른 의미가 있고 이를 잘못 사용하면 충분히 오해를 부를 수도 있었다.


6년 전부터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전에는 글쓰기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올바르게 쓰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맞춤법이 어디서 틀렸는지도 모를 만큼 무감각하게 살았던 것 같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택하고부터는 글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매일 쓰는 글에도 오류가 없는지 항상 챙긴다. 그렇다고 실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써도 써도 잘 모르겠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또 독자가 읽을 때 오해가 없는지 두 번 세 번 수정하게 된다. 여러 부분을 신경 쓰면서 써도 가끔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사정이니 별다른 주의 없이 쓰는 글이 소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챗 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요즘이다. 챗 GPT를 활용해 더 나은 글을 쓰려는 사람,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사람, 과제에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 등 활용도와 사용 계층도 다양하다. 이 말은 어느 누구도 글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도 여태껏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다. 많이 써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마흔이 넘어 글을 쓰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노력도 곱절로 필요했다. 혹자는 앞으로 시대는 글쓰기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챗 GPT를 활용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계는 사람의 감성을 흉내 내는 데 그칠 뿐이다.


앞으로 글은 소통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데 더 많이 활용될 거로 생각한다. 당연히 올바르게 쓸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스마트폰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주장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는 것뿐 아니라 쓰는 능력도 포함된다. 제대로 읽어야 올바로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해력이 짧은 시간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떤 능력을 갖기까지 들여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빨리 시작하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6년 동안 읽고 쓰면서 알게 되었다. 읽고 쓰는 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공중전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대가 변하며 소통에 필요한 도구는 달라지고 발전해 간다. 스마트폰이든 공중전화든 예나 지금이나 번치 않는 한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바로 글이다. 사용하는 방법만 달라졌을 뿐 글이 갖는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글을 올바로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으면 당연히 소통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면 글은 물론 말로 소통하는 능력 또한 좋아질 터다. 글이 곧 말이 되고 말이 곧 글이 되니 말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글은 꼭 필요한 소통의 도구로써 오래도록 곁을 지킬 것이다. 그러니 올바로 소통하고 싶다면 글을 공부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 일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0_nxWmNZ6ksjcEvXn2IfUxnZ6XGIG8SXM8DCOCoVKMA/edit?usp=drive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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