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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08. 2023

지금 나는 직장 한 곳, 직업 세 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그때는 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못했을 때다. 직장을 다녔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언제 망할지 모를 그런 직장을 다녔기 때문이다. 회사가 불안하니 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다음 직장을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한 일과였다. 운 좋게 구한 직장은 규모가 크고 안정됐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몇 곳은 상사와 부딪쳐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어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니 업무 능력도 늘지 않았다. 늘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그런 시간이 쌓일수록 미래가 불안했다. 숨만 쉬어도 나이는 먹었다. 나이가 차면 직장을 나와야 한다. 직장을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불안한 날을 보냈다.


50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하루 동안 세 개의 직업인으로 사는 중이다. 새벽에는 글 쓰는 작가다. 낮 동안은 건설회사 월급쟁이로, 퇴근하면 책 쓰기 강사가 된다. 또 주말에는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 이렇게 살게 된 건 불과 5년 전이다. 시작은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책을 읽고부터 질문이 많아졌다. 일, 가정, 관계, 미래, 과거, 역할, 인생, 노후, 돈 등 그동안 외면했던 나에 대해 똑바로 보게 되었다. 질문은 답을 찾게 했다. 답은 과거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질문에 답이 찾아지면 행동으로 옮겼다. 행동으로 옮긴 결과가 세 개의 직업을 갖게 했다.


직장 일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 무턱대고 시도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선택한 직업이다. 지금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평생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선택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를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나와 잘 맞으면 계속하고, 안 맞으면 다시 선택하면 됐다. 6년째 지속해 보니 다행히 내 성격과 잘 맞았다.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기꺼이 즐겁게 배우고 익혔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 아낌없이 투자하고 연습하고 실력을 키웠다.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갈고닦는 과정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하려니 고되기도 했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한 거라 즐겁게 했다. 잠을 줄일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서 내 일에 더 확신을 가졌고 처음보다 더 열정적으로 해오고 있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실력도 나아지고 남들과 구분되는 인사이트도 갖게 될 거로 믿는다.


작가와 강사가 되면서 월급쟁이 일도 더 잘할 줄 알았다. 나는 아니었다. 이전보다 더 탁월해지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직장보다 내가 선택한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 일을 허투루 하지는 않는다. 회사가 원하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직장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일이라고 잘할 수 있겠냐고 물을 수 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나는 둘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직장 말고 새로 시작한 작가와 강사라는 '직업'이다. 남은 인생을 책임져줄 직업이기 때문이다. 50을 바라본다면 선택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했다.


저마다 지금 직업을 갖고 직장에 다니고 있을 것이다. 직장은 평생 동안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빠르면 50, 늦어도 60세에는 직장을 나온다. 그리고 새 삶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남은 20~30년을 보낼 수 없다. 남은 시간을 책임져 줄 직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과정을 겪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을 책임질 직업이 결정된다. 선택 앞에서 누구나 불안하다.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렇다고 회피할 수도 없다. 모든 답은 자기 안에 있다. 원하는 답을 끄집어내고 확신이 들면 비로소 내 일을 갖게 된다. 단번에 되는 과정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 횟수가 많아질수록 원하는 답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니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답을 찾는 3단계가 있다. 인식-행동-지속이다.

첫째, 인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질문이 많을수록 나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질문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일이다. 나를 올바로 모르고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찾을 수 있다.


둘째, 행동이다.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어떤 답도 실행해 보지 않고는 결과를 알 수 없다.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행동 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직장을 다니거나 지금 하는 일과 병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일을 갖고 싶다면 어떤 수를 내서든 한 번 시도해 봐야 한다. 태양이 뜨거울수록 열매가 단것처럼 말이다.


셋째, 지속하는 것이다. 행동으로 옮겼다면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하는 것이다. 성과의 크기는 스스로 정하면 된다.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면 충분하다. 만약 결과를 손에 쥐어도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선택지 중 하나를 지웠다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과정일 테니 말이다. 원하는 직업은 그렇게 하나씩 선택지를 지워가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바란다. 바란다고 모두 얻게 되는 건 아니다. 시도하고 깨지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걸 손에 넣는다. 망설이고 기회만 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지금 해 볼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먼저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은 만큼 가치 있다. 지금 노력이 어쩌면 남은 삶을 180도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지금은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시기이다. 언제까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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