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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0. 2023

흘리는 땀만큼 인생도 나아진다


출근길에 비가 오락가락이다. 세차게 퍼붓더니 또 잠잠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까지 걸어왔다. 비가 온 탓인지 공기가 시원하다. 피부에 닿는 바람에 기분이 좋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4층까지 걸어올라 왔다. 사무실은 바깥공기보다 덜 시원했다. 자리에 앉으니 땀이 난다. 이마와 목덜미를 따라 흐른다. 에어컨과 선풍기까지 틀었지만 땀이 멈추지 않는다. 휴지로 몇 번 닦아내고 찬 바람을 맞으니 서서히 말랐다. 몸을 움직인 탓에 땀이 났다. 땀이 난 덕분에 땀을 주제로 글을 쓴다. 생각해 보면 땀을 통해 삶의 태도를 배웠다.


군대 제대 후 건설 현장에서 조공으로 일했었다. 건물 내부 천장 마감재를 붙이는 일이었다. 6월에 제대해 한 여름 동안 공사 현장을 쫓아다녔다. 내가 하는 일은 자재를 나르고 가설 발판을 조립하고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8월의 아침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다. 땀이 흐른다고 일을 안 할 수 없었다. 작업장이 1층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최고 2층 이상으로 자재를 옮겼다. 장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오롯이 몸을 썼다. 한 시간 남짓 자재와 작업 발판을 옮기고 나면 땀은 물론 기운이 다 빠진 상태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려면 땀을 식힐 틈이 없다. 곧바로 본 작업이 시작되고 점심 먹기 전까지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점심 먹고 30분 정도 땀을 식히고 나면 다시 오후 작업이다. 바깥 온도는 절정을 찍는 오후지만 실내는 그나마 적당한 기온이 유지된다. 5시쯤 일이 마무리되면 작업에 썼던 발판과 공구를 정리한다. 현장을 떠날 즘이면 옷에 핀 소금 띠는 훈장 같았다. 수개월 땀 흘러 번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에 보탰다. 일하지 않았다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을 거다. 한여름 땀 흘려 일한 덕분에 스스로 설 수 있는 법을 배웠다.


그 뒤로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독립했고 학교도 다녔다. 서른에 시작한 직장 생활은 운 좋게 땀으로 옷이 젖는 업무는 아니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사무실 책상에서 일했다. 어쩌다 일이 몰아칠 때 땀이 삐질 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무실에서 땀 흘리지 않는다고 쉽게 돈을 버는 건 결코 아니다. 저마다 맡은 업무가 다를 뿐 땀이 나고 안 나고는 별 의미 없을 것이다. 수년째 같은 일을 하면서 땀은 적게 흘렸다. 땀을 적게 흘린 덕에 몸이 축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정신은 너덜 해진 것 같다. 사람 사이 오만가지 일을 다 겪으며 진땀 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진땀 빼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덕분에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땀이 난다는 건 몸을 움직였다는 의미다.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것과는 다르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걷다 보면 땀이 난다. 오늘 끝내야 할 작업을 하다 보면 땀이 난다. 정해 놓은 코스를 달리다 보면 땀이 난다. 땀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노력한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과정 없는 결과 없다고 했다. 저마다 맡은 역할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면 땀은 저절로 흐른다. 땀을 흘리는 만큼 결괏값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제까지 흘린 땀은 여러 교훈을 남겼던 것 같다. 몸을 움직여 땀 흘려 번 돈은 스스로 서는 법을 알려줬다. 사람 사이 부딪치며 흘린 진땀은 세상이 호락하지 않다는 걸 가르쳐 줬다. 정해놓은 코스를 달리 동안 흘린 땀은 성취감을 알게 했다.


글 한 편 쓰는 데 땀이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집, 사무실, 카페,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 중 글을 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글 쓰는 행위가 손만 움직이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릴 만큼 고된 노동은 아니다. 그렇다고 노력 없이 글 한 편이 얻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글을 쓰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이어진 끝에 결과물을 갖게 된다. 생각하는 그동안은 마치 온몸이 땀에 젖을 만큼 치열하다. 영혼이 털릴 만큼 온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나마 원하는 글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맥이 풀리기 일쑤다. 잘 써지고 잘 안 써지기를 반복했을 때 글도 점차 나아진다. 운동선수가 흘린 땀만큼 기량이 나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은 안 보여도 분명 안으로는 온몸이 젖을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이 좋아지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계속 쓰는 것이다. 땀을 계속 흘릴수록 글이 좋아진다는 걸 글을 쓰면서 배우는 중이다.


잘 살기 위해서 노력은 필수다. 노력하는 과정에 저마다 땀을 홀리기 마련이다. 땀은 '노력'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노력 없는 결과 없고, 땀이 없는 성과도 없다. 눈에 보이는 땀이 있고 보이지 않는 땀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과정 중 흘린 땀이 결국 바라는 성공을 갖게 한다. 한 여름 폭염에 흐르는 땀은 씻고 말리면 사라진다. 반대로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내기 위해 흘리는 땀은 씻고 말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에 소금 띠가 되어 꼭 필요한 곳에 양념이 되어 제맛을 내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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