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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9. 2023

두 번째, 퇴직에 앞서 준비해야 할 다섯 가지


4박 5일 여행 갈 때도 챙길게 한두 가지 아니다. 캐리어 두 개는 기본, 각자 배낭 하나씩은 더 챙겨야 한다. 하물며 평균 30년 이상 직장을 다니다 퇴직해야 한다면 어떨까? 환경이 바뀌는 건 물론, 인간관계, 일, 가족 등 삶의 모든 부분에 변화가 생긴다.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살아보지 않았기에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앞서 퇴직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어떤 준비를 통해 어떻게 안착했는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첫째, 직장인에서 가장으로.

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제법 높은 위치에 있었다. 대부분의 조직은 수직적인 관계다. 지시하고 따르는 식이다. 퇴직할 즈음이면 이런 조직 문화가 익숙하다. 심지어 가족조차 수직적인 관계로 대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여야 한다. 퇴직 이후 회사를 벗어나면 수평적인 관계가 된다. 더 이상 누군가의 위에 군림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유가 없어졌다면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하고 가족에게 똑같이 군림하려 든다면 왕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퇴직 이후 내 주변의 인간관계(가족은 물론)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딱딱했던 직장인에서 부드러운 가장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둘째,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자.

직장인은 명함이 모든 걸 말해 준다. 명함 안에 직장인으로 살았던 세월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함은 직장에 있을 때에만 힘을 발휘한다. 직장인의 인간관계 또한 명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명함이 사라지면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퇴직과 동시에 명함은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사람 대 사람의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다. 같은 관심사, 소원했던 친구, 새 일을 시작하며 만나는 사람 등 수직보다 수평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퇴직 이후 덜 외롭게 해 줄 테니 말이다.


셋째, 더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말자.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평가는 연봉과 승직으로 이어졌다. 남을 밟고서야 안락한 삶이 보장됐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더 높은 자리를,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한다. 퇴직하기 전까지는 그래야 한다. 하지만 퇴직 이후 모든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더는 평가받고 평가할 대상이 없다. 앞으로 남은 삶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만이 남는다. 남과 비교당할 일 없다. 비교는 과거의 자신과 할 뿐이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을 때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지금 이 순간이 전부이다.

인생은 마라톤처럼 목적지가 정해진 경주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 남들보다 빨리 달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는 동안 주변에 친구도 없고, 가족에게도 외면받아왔다. 앞만 보고 달리면 결승선에는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빨리 죽을 수도 있다. 인생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스스로 즐기는 태도 먼저라고 한다. 지금 순간에 자신이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치 음악이 나오는 동안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추는 걸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퇴직 이후는 이 순간이 전부라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껏 경쟁하며 달려왔다면 이제는 달리기를 멈추고 춤을 추는 건 어떨까? 음악에 몸을 맡긴 그 순간이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다섯째, 용기가 변화의 출발선이다.

근사한 명함도 가져봤다. 조직 내 우두머리도 되어봤다. 존경도 받았고 부러움과 질투도 경험했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과감하게 뛰어들어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때는 그럴 수 있는 용기와 기백이 있었다. 퇴직을 앞두고 용기와 기백은 슬금슬금 꼬리를 감춘다. 자신감보다는 자괴감이 커진다.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다른 용기가 필요할 때다. 지금까지 조직을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 용기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용기, 새로운 사람을 만날 용기, 사회에 공헌할 용기, 가족과 가까워질 용기 말이다.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도 얻지만, 용기 내는 사람이 퇴직 이후 근사한 삶을 살게 될 거로 믿는다.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도 직접 해보기 전에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배울 때 쉬워 보이던 게 막상 내 일이 되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누군가는 좌절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실패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기도 한다. 중요한 건 알고 접근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이다. 누군가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실은 다르다. 생각하지 못한 게 언제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저마다 현역에 있을 때 한가락 하던 사람들이다. 단지 퇴직한다는 이유만으로 움츠러들 필요 있을까? 사회에서 내 역할이 줄었을 뿐이지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그간의 경험과 용기, 기백을 살려 얼마든 근사한 삶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어쩌면 퇴직 이후는 또 다른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 시기일 수 있다. 꿈만 꾸던 삶을 살아볼 기회도 있고, 후회 남지 않는 삶을 살아볼 기회도 있고,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기회도 있는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고 했다. 퇴직은 위기가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할 기회이다. 20대보다 패기는 떨어져도 포기를 모른다. 30대처럼 끓어오르지 못해도 누구보다 꾸준하다. 40대의 노련미보다 한 발 앞선 완숙미를 품고 있다. 신체적인 차이만 있을 뿐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러니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퇴직을 생각하기에 이른 나이일 수 있지만 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분명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 있다고 믿는다. 그게 무엇이든 분명 직장인으로 살던 때와는 다를 것이다. 달라야 한다. 남을 위해 일한 시간은 뒤로 나를 위한 삶을 준비하자. 직장 노예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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