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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06. 2023

달리기와 글쓰기의 세 가지 공통점


햇볕이 맹렬해지기 전인 6시 반에 달렸다. 그래도 2킬로미터를 통과하면서 이미 땀에 젖었다. 땀이 많이 나고 볕이 뜨거워질수록 달리는 게 힘들었다. 절반도 못 달렸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호흡이 거칠어져도 두 발을 멈출 수 없었다. 8.15킬로미터 완주가 목표였다. 남들에게 따라 잡혀도 내 속도를 지켰다. 힘이 부쳐 속도가 느려져도 걷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꾸역꾸역 달렸다. 달려야 할 거리가 줄어들수록 다리에 힘이 붙었다. 숨을 가다듬고 남은 힘을 짜냈다. 호흡은 이미 거칠어졌지만 죽지는 않는다. 결국 목표했던 8.15킬로미터를 완주했다. 달리면서 생각해 봤다. 글쓰기와 달리기의 공통점을.


첫째, 시작과 끝이 있다.

달리기는 출발선, 글쓰기는 첫 문장부터 시작한다. 달리기는 결승선을 통과하면 끝이 나고, 글쓰기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어야 끝이 난다. 누구나 출발선에 설 수 있고 첫 문장은 적을 수 있다. 첫 문장 쓰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첫 문장이 어려울 때는 날 것의 초고를 수정할 때다. 초고를 쓸 때는 첫 문장은 일단 아무 말이 쓰고 보는 게 상책이다. 괜한 힘 뺄 필요 없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출발선에 서는 것도 격식을 갖추거나 비장한 각오가 필요치 않다. 운동화에 편한 옷을 입고 나서면 그걸로 충분하다.

출발선, 첫 문장에서 시작한다고 모두가 결승선, 마침표를 찍는 건 아니다. 시작은 쉬울 수 있지만 끝내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체력이 달리고 호흡이 부치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글도 쓰다 보면 생각처럼 안 써져 포기하기도 한다. 결승선과 마침표를 찍는 사람은 힘들어도 끝까지 달리고 써내는 사람의 몫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마라톤을 달리고 소설을 써낼 필요는 없다. 내 몸 상태에 맞게 운동장 한 바퀴부터, 몇 줄 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둘째,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음악은 들을 수 있지만 유튜브를 볼 수는 없다. 글을 쓰면서 음악은 들을 수 있지만 상대방과 대화할 수는 없다. 간혹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을지는 글쎄다. 달릴 때는 달리기에만 집중해야 완주할 수 있다. 글도 쓰는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 생각이 곁가지로 빠지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코스를 이탈할 수도 있다. 글 쓰다가 잡생각이 들면 맥락이 안 맞거나 주제가 없는 글이 될 수도 있다.

과정 없는 결과 없다고 했다. 결승선에 도착하려면 중간 코스를 오롯이 통과해야 한다. 중간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건 구급차를 타고 가는 방법뿐이다. 허리가 잘린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서두와 결말만 있는 글은 설득도 안 되고 주장도 할 수 없다. 허리가 탄탄한 글이 대중을 사로잡고 독자에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


셋째, 서두르면 낭패 본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있다. 기분만 믿고 신나게 달린다. 기분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얼마 못 가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또 나를 따라잡는 사람에게 승부욕이 발동해 속력을 높인다. 그래봐야 얼마 못 가 지치고 만다. 괜한 승부욕에 체력을 낭비했다가는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글쓰기는 달리기처럼 속도를 측정하는 경기가 아니다. 남들이 하루에 몇 편을 써낸다고 나도 따라서 써내야 할 필요 없다. 체력이 좋아지면 잘 달리는 것처럼 글도 꾸준히 쓰다 보면 잘 써지는 법이다. 그러니 과욕만 앞서 많이 쓰기보다 내 실력에 맞게 시간이 걸려도 한 편에 정성을 들이는 노력이 먼저이다.



달릴 때 달리기에만 집중해야 완주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글에만 집중해야 완성할 수 있다. 시작해야 끝이 있고, 과정에 충실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법이다. 결과만 바라고 과정을 건너뛰면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에 정신을 집중하듯,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다했을 때 결승선에 도착하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달리다 보면 분명 힘이 든 순간이 찾아온다. 글을 쓰다 보면 분명 생각이 막히는 때가 있다. 힘이 들 때 한 발 더 내딛고, 생각이 막힐 때 한 번 더 고민하는 사람에게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 힘들다고 포기하고 생각이 안 난다고 멈추면 다음 기회는 없다.


글을 써야 할 시간에 달리기를 하러 갔다. 목표했던 거리를 완주하고 씻고 나와 다시 카페에 자리 잡았다. 빈 화면과 대치한 지 30여 분 만에 첫 문장을 썼다.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았지만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지고 손가락이 느려져도 끝까지 쓸 각오를 다졌다. 한 글자씩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여기까지 써내려 왔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달리기도 글쓰기도 멈추지만 않으면 결승선을 통과하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게 된다. 장하다! 김 작가.


"러너는 주머니에 돈을 채우고 뛰기보다는, 머리에 꿈을 새기고 가슴에 희망을 품고 달려야 한다."

-에밀 자토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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