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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07. 2023

글쓰기 3원칙,
이것만 지켜도 쓰기 수월하다


중학교 2학년 큰딸과 세종문화회관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폭염에 대중교통 이용할 엄두가 안 나 차를 가져갔다. 주차를 어디에 하고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미리 확인했다. 1시간 일찍 도착해 입장권을 교환했다. 주차요금을 미리 결제할 수 있다고 들었다. 정산기에서 차량 번호를 입력하니 요금과 시간이 나왔다. 생각 없이 카드를 넣고 결재 버튼을 눌렀다. 영수증을 받아보니 할인 적용이 안 되었다. 직원에게 문의했다. "입차 70분 이후부터 할인 정산이 가능합니다." 시계를 보니 입차 후 40여 분 지났다. 관리 사무소에 연락해 결재 취소 후 다시 정산하라고 알려줬다. 분명 출발 전 확인했을 때 70분 이후부터 정산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었던 것 같다. 미리 읽었던 내용을 잊어버리고 두 번 일을 했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불필요한 수고를 해야 했다.


살면서 이런 일 종종 겪는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스스로 불편을 자초한다. 반대로 원칙만 지키면 번거로운 수고를 덜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원칙을 지키면 글쓰기 수월해지고 전달력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여러 책과 강의에서 공통되게 강조하는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은 무조건 쉽게 쓴다.

예) 출차 전 주차 정산을 실시하여 원활한 출차가 이루질 수 있도록 협조 바랍니다.

→ 사전 정산하면 빠르게 나갈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은 같은 의미이다. 앞 문장은 공공장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문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같은 의미라면 이왕이면 쉽게 써야 한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혹자는 중학교 1학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쓰라고 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는 글은 따로 있다. 우리는 쉬운 단어로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문장을 써야 한다.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걸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어려운 문장을 쓰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유식하게 그럴듯한 글을 써봐야 외면만 받을 뿐이다. 오히려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쓰는 게 공감을 부른다. 그럴 수 있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짧게 쓰면 의미가 선명해진다.

글은 말과 다르다. 대화할 때 말이 길어져도 상대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말하는 이의 표정과 몸짓 등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그렇지 않다. 오롯이 글자로만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 글의 단점 중 하나는 상대방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단어라도 글 쓴 이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의미만 담으라고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문장을 짧게 쓰는 것이다.


예) 길었던 휴가를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아쉽기만 하다.

→ 휴가가 끝나서 아쉽다.


짧게 쓸수록 독자는 이해가 쉽다. 문장을 길게 쓰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한다. 평소 말하는 습관대로 글을 쓰니 문장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한 문장에 여러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글을 짧게 쓰는 연습이 된 사람은 말할 때도 꼭 필요한 말만 하려고 한다. 말에 군더더기가 없으니 의미 전달도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군더더기를 빼고 간결하게 쓴다.

간결한 것과 짧게 쓰는 건 차이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간결한 글은 군더더기를 덜어낸 것이다. 군더더기는 품사로 치면 부사와 형용사이다.


예) 폭염은 정말로 모든 걸 태워버릴 듯 아주 뜨겁게 타올랐다.

→ 폭염은 모든 걸 태울 듯했다.


'정말로', '아주 뜨겁게'를 문장에서 빼도 의미는 전달된다. 부사나 형용사를 쓰는 것도 말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말과 글은 다르다고 했다. 글은 간결할수록 의미가 잘 전달된다. 그렇다고 부사, 형용사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명품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부사와 형용사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쉽게, 짧게, 간결하게, 어떤 면에서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쓰려면 짧아야 하고, 짧게 쓰려면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고 간결하게 쓰려면 쉽고 짧게 쓸 때 가능해진다. 어느 것 하나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쉽게 쓰려면 짧게 쓰게 되고, 짧게 쓰는 연습을 하면 군더더기 줄어들고, 간결하게 쓰다 보면 쉽고 짧게 쓸 수 있게 된다. 세 가지 원칙 중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를 꼽자면 '짧게 쓰는' 것이다. 짧게 쓰면 우선 의미 전달이 명확해진다.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를 담으려면 내용이 쉬워야 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어려운 문장을 쓰지 않게 된다. 또 짧게 쓰려면 군더더기를 덜 수밖에 없다. 부사와 형용상 문맥상 꼭 필요한 곳에 쓸 때 글맛을 살리는 역할도 한다. 그때는 군더더기가 아니게 될 테니 말이다. 


원칙을 세우는 건 모두의 편의를 위해서다. 세종문화회관 공연 관람자에게 주차장을 저렴하게 이용하게 하려고 입차 70분 이후 정산 원칙을 세웠다. 원칙을 지키면 주차 요금도 아끼고 출차도 수월할 수 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원칙에 맞게 쓰면 의미가 명확하고 독자를 배려하는 글이 된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감받지 못하는 난해한 글이 되고 만다. 글쓰기 원칙이 다른 것과 차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쓰고, 짧게 쓰고, 간결하게 쓰려면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알면 알수록 손발이 편해진다. 글을 보다 수월하게 쓰고 싶다면 적어도 이 세 가지만 연습하고 지키면 제법 근사한 글을 쓸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oD-_ZaM9Al1vV9lrJnNVbJbkbqY7ST4miCwpfMKYk4/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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