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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13. 2023

뇌는 방법을 안다, 매일 쓰는 습관


습관을 만드는 건 어렵다. 새로운 습관은 뇌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뇌는 저항부터 한다. 그 기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사람마다, 습관마다 차이가 있다. 흔히 21일, 66일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차이가 있다. 뇌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습관을 만드는 시간이 결정된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쉬울 수도 있다.


기존에 없던 습관을 만들려면 전혀 새로운 신경망 형성이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습관이냐에 따라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해야 한다. 뇌에는 가소성이 있다. 가소성은 매우 유연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가소성을 강화할 수 있다. 뇌가 새로운 학습을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양의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고 무엇보다 일정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습관이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건 드물다. 가령 독서 습관을 예로 들면, 누구나 책을 읽었던 기억과 경험이 저장되어 있다. 오래전 경험이지만 책을 읽는 방법을 뇌는 기억한다. 기억이 있다는 건 전혀 새로운 활동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기존에 신경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와 시간을 덜 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같은 의미로 책을 이전보다 더 자주 읽는다면 뇌가 받아들이는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


"학습을 시작하면 일시적으로 가소성이 생기지만 반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만 특정 행동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여러 날 동안 반복되면 그 일시적인 가소성은 결국 신경망을 장기적으로 강화시키고 그 기술은 자동적으로 수행되게끔 바뀐다."

《당신의 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가비아 톨리키타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반복의 기준이다. 뇌는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보다, 책을 매일 펼쳤는지에 더 반응한다. 한 페이지를 읽는 게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습관을 만드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같은 행동이 여러 날 반복됨으로써 뇌는 습관으로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어떨까? 매일 글을 쓰면 여러 면에서 삶이 나아진다고 말한다. 저마다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 중 꾸준히 글을 쓰는 것도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좋은 건 알지만 매일 쓴다는 게 만만치 않다. 세끼 밥은 살기 위해 먹는다지만, 글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하루쯤 건너뛰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삶이 더디게 나아지는 걸 감수해야겠지만.


사람들은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면 분량부터 걱정한다. 적어도 이 정도 분량을 써야 스스로 만족하고, 그만큼 삶도 더 빨리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내 안에 담아둔 말을 많이 꺼낼수록 나를 알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빨라진다. 하지만 그런 만큼 쉽게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글 쓰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안 해봤던 행동이니 뇌도 많은 양의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된다. 그러니 뇌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며칠 만에 포기하는 게 이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앞서도 말했듯, 뇌는 양보다는 반복에 더 반응한다. 한 줄을 쓰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뇌 가소성이 활성화된다. 즉 뇌는 글 쓰는 행위를 중요하게 여겨 신경망을 강화시키고 자동적으로 수행하게끔 바뀐다. 습관이 만들어지면 쓰는 양을 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습관이 됐다는 건 그만큼 뇌의 저항도 줄었다는 의미이다. 저항이 줄면 얼마든 원하는 만큼 글 쓰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뇌는 적군이 아니다. 영원한 아군도 아니다. 뇌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뇌의 특성을 공부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뇌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꾸준히 책을 읽는 것도, 매일 일정량의 글을 쓰는 것도 결국 뇌의 도움이 필요하다. 뇌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약간의 저항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도전이다. 도전에 걸리는 시간도 내가 하기 나름이다. 공식처럼 정해진 시간이 없다. 의지만 충분하다면 어떤 습관이든 원하는 시간 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글 쓰고 책 읽는 습관, 방법은 이미 뇌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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