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Aug 28. 2023

더 나은 삶을 위한 보험, 글쓰기


휴대전화 요금 납부 알림 문자가 왔다. 이번 달 낼 요금이 뜬다. 지난달보다 많다. 요금 조회 메뉴로 들어갔다. 전달 사용 내역이 뜬다. 에버노트 연간 이용료가 납부됐다. 이 달에 부과됐나 보다. 들어간 김에 약정 할인 연장도 했다. 무료 유료 부가 서비스 조회도 했다. 8,200원, 보험료가 매달 납부되고 있었다. 2년 전 가입할 때 들어놓았나 보다. 그동안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몰랐다. 아깝다. 당장은 해지를 못하니 그냥 두고 보던 창을 닫았다.


일요일, 오랜만에 마트에 가려고 나섰다. 장바구니를 꺼내려고 신발장 문을 열었다. 문을 잡을 찰나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둘째의 킥보드에 부딪쳤다. 화면이 바닥으로 향해 떨어졌다. 집어 들었다. 화면에 안 보이던 줄이 생겼다. 화면이 깨졌다. 아싸! 보험이 생각났다. 다행이다. 수리할 때까지만 불편해도 참자. 이러려고 보험 들어놓은 게 눈에 보였나 보다.


며칠 사이 소책자 두 권을 만들었다. 그동안 써놓은 글을 주제에 맞게 모았다. 목차대로 편집하고 한 번 더 퇴고했다. 3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었다. 한 권 만드는 데 삼일 정도 걸렸다. 금방 만들었다고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무료지만 속은 꽉 채웠다. 대충 만들면 표가 난다. 그런 책은 안 주는 게 낫다. 도움이 안 되는 건 낭비일 뿐이다.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만들었다.


소책자를 만들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써놓은 글 덕분이다. 매일 썼다. 글쓰기, 책 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험을 들듯 매일 썼다. 그 글을 모아 편집하고 수정해 소책자로 만들었다. 써놓은 글이 없었다면 두어 달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쓴다. 그 글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 주제에 맞게 모으면 또 한 권의 소책자로 완성할 수 있다. 언제 생길지 모를 일에 대비해 들어놓는 보험처럼 말이다.


소책자를 무료로 나눈다. 나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려야 한다. 홍보를 통해 수강생을 모을 수 있다. 소책자를 받는 사람은 잠재적 고객이다. 당장은 표가 안 나겠지만 언젠가는 나를 찾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소책자 나눔을 통해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다. 꾸준히 강의를 하면 그들도 오며 가며 나를 찾길 바라서다.


매달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씩 보험료를 낸다. 언제 생길지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보험료를 내기는 하지만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누구나 바란다. 보험으로 보상받는 것보다 아무 일 없이 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보험으로 삶의 불안을 가라앉힌다. 보험을 드는 이유일 것이다.


여러 이유로 매일 글을 쓴다. 글재주를 키우기 위해, 공부하기 위해, 생각하며 살기 위해, 반성하고 격려하기 위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글을 쓴다. 결국 나를 위해 매일 쓴다. 매일 쓴 글이 모여 소책자도 되고, 더 모이면 종이책으로도 낼 수 있고, 더 쌓이면 삶을 대하는 태도에게 변화가 생긴다. 당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저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때가 되면 피는 꽃처럼 하나씩 성과가 나올 뿐이다. 매달 붓는 보험금이 힘든 순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듯, 매일 쓰는 글이 쌓이면 언젠가는 나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 놓을 걸로 믿는다.




https://brunch.co.kr/@hyung6260/801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책방] 소책자 무료나눔 - 나의 첫 초고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