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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4. 2023

답을 찾지 못한 고민

살다 보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의지가 통하는 일은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지 않으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출근은 어쩌면 의지보다는 자동에 가까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도 일종의 의지가 필요하다.

의지보다 본능에 따라 음주운전을 하면 처참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지가 필요하지만 의지가 통하지 않는 일도 있다.

다이어트는 의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손만 내밀면 닿는 음식을 포기하는 건 보통의 의지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술을 끊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어울려 살려면 술은 엔진오일이나 다름없다.

매번 의지를 불태우지만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꺼지고 만다.


의지가 필요한 일에 의지대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음먹은 대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으면 삶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술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일상이 맑아질 것이다.

자기 계발도 목표한 대로 해낼 수 있다면 매번 승승장구할 수 있다.


몇 개월째 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있다.

결심할 땐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각성하며 의지를 다진다.

결심이 무너질 때는 언제나 자기 합리화로 끝이 난다.

반복할수록 스스로에게 실망만 커진다.

이쯤 되면 결심을 안 하니만 못 한 게 되는 것 같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결심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빵 아니 밀가루를 끊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밀가루가 든 음식보다 안 들어간 음식을 찾는 게 더 어렵다.

또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건강보다는 순간의 만족을 위해 찾는 게 대부분이다.

먹고 나면 포만감은 물론 기분까지 좋아지니 말이다.

괜히 중독되는 게 아닐 테다.


완벽하게 끊지 못하면 적당한 타협도 필요하다.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안 먹을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먹는 거다.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내 몸상태에 따른다.

각종 건강 정보는 밀가루는 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라면 타협은 별 의미 없다.


어떤 주에는 밀가루를 완전히 끊어 보기도 했었다.

어떤 주에는 한 주 동안 두세 개만 먹기도 했었다.

완전히 끊든, 적게 먹든 몸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몸속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보이는 변화보다는 마음과 의지의 문제가 더 크다.

죄책감과 실망감, 다시 의지를 다지며 반복하는 거다.


누군가는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마음껏 먹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다.

운동으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주말마다 달리기를 하고 평일에 식단 관리 하는 것도 잘 먹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독 빵, 밀가루 음식에만 엄격하다.

아마도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같은 게 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만족감이 높기에 중독이 될 가능성도 높아서다.

애초에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여긴다.

담배, 술이 흔해 쉽게 중독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게 먼저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런 내가 유난을 떤다고 말하는 사람 분명 있다.

아내도 그렇게 말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먹는 걸 조절해야 하냐고.

마음 편히 즐기는 게 오히려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테다.

어쩌면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일에 유난을 떠는 것일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즐기는 게 먼저 인지, 의지대로 안 먹는 게 먼저인지 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써봐도 답이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겠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다양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밀어붙이는 것 또한 꼭 필요하다.

그보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지금 이 고민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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