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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8. 2023

두려움을 이겨내는 면역력

나이 들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경험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는 건 경험을 많이 했다는 의미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게 된다. 경험이 쌓이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도 경계 짓게 된다. 또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능력을 객관화하게 된다. 그러니 무언가 시작하려면 그간의 경험치가 작동해 결과부터 예상한다. 불행히도 그 예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인간의 뇌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더 오래 보관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실패하고 좌절을 맛봤던 경험은 뼈에 사무쳤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러니 도전 앞에서 가장 먼저 두려움부터 드는 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두렵지 않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백지처럼 경험이 없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경험해서 면역력이 생긴 사람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도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도전과 마주한다. 종류는 다르지만 공통된 한 가지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일단 시작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잘 알기 때문이다. 시작하고 나면 깨닫게 된다. 부딪쳐보면 별것 아니었다는 걸. 설상 난관에 부딪쳐도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생기기 마련이다. 과정 없는 결과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시작했다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얼마든 극복 가능하다. 하나씩 극복하며 깨닫는 게 하나 있다. 시작하기 전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오히려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로 인해 더 큰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도.


자녀와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해 왔다. 몇 달을 망설였던 주제다. 과연 내가 이 주제로 강연을 할 만큼 지식과 경험을 가졌는지 물었다. 증명된 자격이 있는 것도 검증받은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두 딸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고 배운 걸 적용하며 조금씩 개선해 왔다는 것뿐이다. 이런 경험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어설픈 경험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었다. 시작을 주저하는 동안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과에 대한 두려운 감정이 가장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렵다고 망설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배우고 경험한 걸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뿐이다. 사례 발표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나의 경험을 거울삼아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게끔 돕는 것이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믿었고 결국 강연하기로 했다.


강연 준비를 시작하고부터 두려움의 크기가 줄었던 것 같다. 생각을 현실로 옮기며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해졌다. 어떤 경험을 말하고 무엇을 배웠고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정리했다. 머릿속에 떠다니던 것들을 하나씩 내 앞에 가져다 놓으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명확해졌다. 하고 싶은 말이 구체화될수록 자신감도 붙었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도 또렷해졌다. 그렇다고 완벽한 건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에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건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들과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는 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고 이겨내는 과정은 결국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우리가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인해 처음보다 더 성장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우리가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서두에 나는 두려움을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감정은 실체가 없다. 우리는 감정으로 인해 영향만 받을 뿐이다. 상대방을 올바로 알지 못하면서 외모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해 본 경험 있을 것이다. 실체가 없는 미운 감정에 의해 상대를 판단하고 믿어버린다. 그러고는 겪어보면 전혀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되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그제야 인정하게 된다. 도전에 앞서 마주하는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직접 부딪쳐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다. 괜한 걱정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는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그간의 경험치와 지식, 지혜를 누구나 갖고 있다. 나이와 함께 쌓여온 경험이 빛을 발휘할 때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주저할 게 아니라, 나이 덕분에 도전을 즐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충분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 살아온 시간이 그 증거이다. 두려움, 이제 안주머니에 고이 모셔두고 하고 싶은 일에 당당하게 도전해 보길 바란다. 두려움을 극복해 낸 좀 더 근사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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