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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22. 2023

마흔여덟 직장인, 이렇게 버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시작의 설렘은 장밋빛 희망만 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다. 희망이 사라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절망은 아니지만 좌절을 맛봤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늘 그래왔다. 이제까지 해온 일 중 내 뜻대로 한 번에 됐던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시련을 달고 살았다. 시련에 무뎌질만할 텐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련이 크든 작든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련 없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아니, 시련은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시련을 극복해 낸 사람들을 책으로 만났다. 그들은 어떤 자세로 삶을 사는지 들여다봤다. 그들을 통해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찾았다. 찾았다고 생기는 건 아니었다. 단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단련을 통해 스스로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그들도 똑같은 시간을 겪으며 단단해졌다. 그들이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6년을 버텼다. 6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니었다. 감정을 건드는 일에는 제법 단단해졌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는 고쳤다. 욱하는 성질도 많이 죽였다. 덕분에 괜한 오해나 후회할 짓은 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 살다 보면 오만가지 일을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대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기계처럼 감정이 없다면 어떤 일에도 의연해질 수 있다. 그저 스치는 바람 정도로만 여기고 말 것이다. 어쩌면 그런 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스로를 안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온갖 시련에도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다. 될 일에는 과감히 뛰어들고, 그렇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는 태도이다. 안타깝게도 냉정하지 못한 건 희망을 품고 살기 때문이다.


희망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희망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하나고, 희망을 믿는 대신 자신을 믿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반대로 희망보다는 자신을 믿는 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바꿔 생각해 보면 자신을 믿으면 희망도 잃지 않을 수 있다. 희망만 믿다가 일이 틀어지면 절망에 빠질 수 있지만, 자신을 믿음으로써 생기는 희망은 실패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후자의 경우는 애초에 스스에게서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에 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허상 같은 희망을 쫓는 게 아닌 나를 믿고 나로 인해 만들어지는 희망을 갖고 싶다.


여전히 시련은 진행 중이다.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제까지 버텨온 나도 대견하다. 나를 믿으며 여기까지 견뎌왔다. 세상일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나를 믿었다. 포기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이미 나자빠졌을 것이다. 이전의 나는 그러고도 남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제까지 버텨온 걸 보면 서서히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제법 버틸 줄도 안다. 가끔 징징거려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포기를 꺼내는 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나잇살 먹었으면 적어도 자신에게 창피한 꼴은 보이고 싶지 않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 테니 말이다.


마음이 심란하니 글도 안 써지는 요즘이다. 빈 화면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썼다. 남들이 보든 말든. 적어도 나는 알고 알아줄 테니 말이다. 나를 믿는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당장은 도움이 안 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는 거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이전에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내가 먼저고 나를 믿어야 남에게도 더 당당해질 수 있는 법이다. 이제까지 견뎌온 나를 칭찬한다. 지금 부는 이깟 바람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나를 더 아끼고 나에게 더 집중하자. 지금까지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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