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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11. 2023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이럴 땐 차라리

후회 없는 인생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후회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다른 하나는 결과에 대한 후회이다. 둘 중 우리에게 필요한 건 후자이다. 전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후자는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가 남는다. 결과에 따라 우리는 변화와 성장의 계기를 갖는다. 아무런 시도조차 없는 인생에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잘못될 거라는 생각이 앞서 주저한다. 주저할수록 안 되는 이유만 떠오른다. 그러다 결국 포도에서 신맛이 날 거라며 돌아선 여우처럼 자기 합리화만 남기고 포기한다. 그렇게 후회는 되풀이된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후회의 반복이었다. 못마땅한 삶을 바꿔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조금 더 나은 직장을 원해서 이력서에 채울 스펙이 절실했었다. 원한다고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었다. 역량을 검증받기 위한 시험을 치르거나, 일정 기간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과정을 거쳐 결과가 나오기까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 시작만 했을 뿐 끝을 보지 못했다. 시간만 흘려보내고 손에 남는 건 없었다. 자연히 후회의 연속이었다.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각오만 반복했다. 후회와 각오만 반복한다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아져서도 안 된다. 그나마 시도했던 걸 포기하면서 반성이라도 하게 된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남는 게 전혀 없었다. 직업 바꿔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는 했었다. 직업과 관련된 정보와 전망에 대해 조사도 했었다. 공인노무사, 교통사고조사원, 컬러리스트가 그랬다. 결과적으로 헛물켜다 끝났다. 당시의 현실이 달라지기 바랐지만, 바라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삶을 살던 나도 달라지는 계기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책 읽고 글쓰기를 6년째 이어올지 시작할 때는 몰랐다. 언제까지 얼마큼 책을 읽겠다는 계획 없었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겠다는 계획은 더더욱 없었다.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나는 아무런 계획도 기대도 없이 읽고 쓰기를 시작했었다. 한편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계획하고 기대했다면 오히려 쉽게 포기했었을 수 있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무턱대고 시작했기에 지난 6년을 버틸 수 있었다. 무작정 읽고 쓰기 시작했고 하나씩 결과물이 나왔다. 책을 읽을 땐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글을 쓸 때는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었다. 아쉬움, 후회 다음으로 반성과 기대가 생겼다. 반성과 기대, 다시 반복은 변화와 성장을 의미했다. 읽고 쓰기 전보다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 시간이 반복되면서 자연히 나도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나를 위한 선택이 이어지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인생이 되었다.


6년 전과 달라진 건 후회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은 적어도 해보지도 않고 후회를 남기는 일은 줄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선택하고 시도한다. 결과를 예측하지도 않는다. 시작할 때는 딱 하나만 생각한다. 이 일을 통해 내가 얻는 게 무엇일까. '해야 했는데'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도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새롭게 시작한다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건 아니다. 시도는 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한다. 몇 주 공을 들여도 남는 것 없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과를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과 결과가 남기는 교훈은 나를 더 성정시 키는 계기가 된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만 남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인생에서 후회 없는 선택도 완벽한 결과도 없다. 어떤 선택이든 아쉬움이 남고 어떤 결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다. 다만 다음 기회에 실수를 줄이고 아쉬움을 덜 남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후회가 되풀이되는 건 자기 합리화도 한몫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딴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 길은 아마도 틀린 길이었다고 위안 삼는다. 그래봐야 또 다른 후회만 남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후회는 일단 해보고 난 뒤 결과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 기회에는 분명 더 나아질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해보고 난 뒤의 '후회'에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 삶이 계속되는 한 후회도 기회도 반복된다. 그러니 해보지도 않는 후회 대신해보고 난 뒤 후회가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 거로 생각한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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