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비는 수증기가 모여 구름을 만들고, 수증기로 가득 찬 구름이 물이 되어 다시 비로 내리는 순환 과정이라고 배웠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내리는 비는 메마른 동식물에 수분을 공급하고, 대기 중 지저분한 먼지를 씻어 내기도 한다. 비가 너무 자주와도 문제가 되지만 오랫동안 안 와도 불편을 겪게 된다. 불편하다고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다. 많이 온다고 그만 내리게 할 수도 없다. 이는 자연의 순리이고 인간이 간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때 가치 있다고 한다.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양으로 내리는 비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편해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나를 드러내는 게 불편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몇 년을 같은 직장에 있어도 편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끝까지 불편한 거리를 두는 관계도 있었다.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 탓에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편했고, 그마저도 나와 잘 맞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었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주변에 다양한 관계 속에서 활발하게 사회 활동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내게 없는 기질을 가진 이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내가 모르던 모습이 있었다. 사람이 좋아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로인해 더 많은 상처를 입는다고도 한다. 반대로 상처가 두려워 사람만나길 꺼리면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상처 받는 건 힘들지만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려 노력한다고 했다. 또 아무리 숫자를 늘려도 남는 사람과 떨어져 나가는 사람으로 자연스레 정리 된다고 했다. 결국 상대방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만나려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은 자연스러운 거라 했다. 그들은 비우고 채우는 과정을 하나의 순리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마치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고 다시 비로 내리는 과정처럼 이해됐다.
타이완의 국가공인 심리 상담사인 양지아링은 자신의 저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버리기로 했다』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심리적인 공간도 물리적인 공간처럼 정리해야 한다. 그저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는 물건을 꽉 붙들고 놓지 않으면 에너지가 과거에 집중되어 현재를 아름답게 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이어불일 수 없는 관계를 놓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건 훗날 행복을 바라며 현재를 낭비하는 행위다.’
나처럼 새로운 관계가 주는 불편이 싫어 사람을 멀리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관계에만 집중해 불편을 감수하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그로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현명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를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래도 유념해야 할 한 가지는 있는 것 같다. 양지아링 작가의 말처럼 인간관계에도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두 손에 쥘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손에 쥔 걸 내려놓아야 새 것을 쥘 수 있다. 비가 내려야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에 다시 구름이 채워지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이런 순환이 필요해 보인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순환이루어지고 변화가 생기게 된다. 모든 관계를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가득 채우면 정작 필요할 때 원하는 걸 넣을 수 없고, 너무 비워두면 삶이 공허해 질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가느다란 밧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야 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여러 요소를 조정해야 한다. 가만히 선 채로 정지해 있으면 오히려 떨어지기 쉽다. 이처럼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관계는 성장을 가로막고 행복을 망가뜨리는 올가미가 된다.” 양지아링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