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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28. 2023

800번째 글을 위해
799번째 글을 쓴다

799번째 글을 기념한다.

보통은 800번째 글을 기념하고 싶어 한다.

맞다. 

이전까지는 그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800번째 글을 쓰려면 799번째 글을 써야 한다.

799번째 글을 안 쓰면 800번째 글도 없다.

어쩌면 첫 번째 글을 썼기에 이제까지 쓸 수 있었던 거다.


언제나 시작은 두렵다.

잘할 수 있을지 의심부터 든다.

두렵고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다.


글을 쓰려면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한 편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또 다음을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두려워도 시작했고 시작했으면 끝을 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다.

잘 보이기 위해 썼다면 한 편도 끝내지 못했을 테다.


잘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읽기 바라는 마음도 있다.

더 빨리 유명해지길 바라는 욕망도 있다.

욕심,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글을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만 썼을 것 같다.

사람들의 욕구만 채우는 글을 썼을 것 같다.

내가 가진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쓰면서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표현에 분칠 좀 하면,

안다고 할 수 있는 것과 모르는 게 무엇인지 알아챈 정도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아는 것도 없었고,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그걸 알아채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한 편씩 쓰면서 하나씩 알아갔다.

쓴 글이 쌓이면서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나를 알게 된 것도 결국,

처음 썼던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글을 쓸 때도,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쓰는 건 어렵다.

쓸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어쩌면 고민들 덕분에 

이제까지 써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민이 없었다면 더 나은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잘 쓰고 못 쓰고는 나중 문제다.

일단 한 편 써내기 위해 고민하는 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오늘 써야 할 글에 집중했기에 799편의 글이 만들어졌다.


오늘도 799번째 글에 집중해 써냈다.

그리고 내일 800번째 글에 집중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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