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9번째 글을 기념한다.
보통은 800번째 글을 기념하고 싶어 한다.
맞다.
이전까지는 그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800번째 글을 쓰려면 799번째 글을 써야 한다.
799번째 글을 안 쓰면 800번째 글도 없다.
어쩌면 첫 번째 글을 썼기에 이제까지 쓸 수 있었던 거다.
언제나 시작은 두렵다.
잘할 수 있을지 의심부터 든다.
두렵고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다.
글을 쓰려면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한 편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또 다음을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두려워도 시작했고 시작했으면 끝을 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다.
잘 보이기 위해 썼다면 한 편도 끝내지 못했을 테다.
잘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읽기 바라는 마음도 있다.
더 빨리 유명해지길 바라는 욕망도 있다.
욕심,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글을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만 썼을 것 같다.
사람들의 욕구만 채우는 글을 썼을 것 같다.
내가 가진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쓰면서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표현에 분칠 좀 하면,
안다고 할 수 있는 것과 모르는 게 무엇인지 알아챈 정도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아는 것도 없었고,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그걸 알아채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한 편씩 쓰면서 하나씩 알아갔다.
쓴 글이 쌓이면서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나를 알게 된 것도 결국,
처음 썼던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글을 쓸 때도,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쓰는 건 어렵다.
쓸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어쩌면 고민들 덕분에
이제까지 써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민이 없었다면 더 나은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잘 쓰고 못 쓰고는 나중 문제다.
일단 한 편 써내기 위해 고민하는 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오늘 써야 할 글에 집중했기에 799편의 글이 만들어졌다.
오늘도 799번째 글에 집중해 써냈다.
그리고 내일 800번째 글에 집중해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