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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29. 2023

달리기 안에 스토리 있다

일 년 내내 요즘 같은 날씨였으면 좋겠다. 여름에는 더위 탓에 해가 뜨기 전, 지고 나서 달려야 했다. 한 겨울에는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른 후에야 달렸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날씨에 상관없이 달릴 수 있다. 옷만 갈아입으면 언제든 뛸 수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날씨만 좇아 달리지는 않았다. 비나 눈을 피해 더워도 추워도 매주 2~3회 꾸준히 달렸다. 달리는 횟수가 늘수록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도 점차 늘었다. 한 달 간격으로 1킬로미터씩 늘렸다. 9월부터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호수 공원 두 바퀴다.

1킬로미터든 10킬로미터든 달릴 때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찍는다.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의욕이 넘치고 에너지도 충만하다. 기필코 완주해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출발한다. 늘 기대하고 상상한다. 완주하고 났을 때의 환희에 찬 내 모습을. 

초반 1킬로미터까지, 몸이 적응하는 시기다. 달리는 자세를 바로잡고 호흡도 규칙적으로 내뱉는다. 이때 자칫 욕심을 부리면 나머지 구간 달리는 내내 쫓기게 된다. 체력 안배를 잘못한 탓에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도 떨어지고 더 빨리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욕심부리지 않고 3~4킬로미터 구간으로 접어들면 안정감을 찾는다. 호흡도 일정해지고 자세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양념을 조금치자면 달릴수록 에너지가 솟고 기분도 좋아지는 구간이다. 이때를 전문 용어로 '러너스 하이'라고 말한다. 달리고 나서 30분 이상 뛰었을 때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을 맛보게 된단다. 이때는 팔다리가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기고 피로도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는다고 한다. 달리기에 빠지는 이유이다. 안타깝지만 나는 이 느낌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6~8킬로미터 구간으로 넘어가면 갈등이 시작된다. 이미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다. 호흡도 불규칙해진다. 생각도 많아진다. '멈출까? 달릴까?'끊임없이 갈등이 이어진다. 한편으로 이제까지 달린 게 아깝다는 생각도 점점 커진다. '여기까지 어떻게 달려왔는데.' 찰나의 감정에 지면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다행히 이제까지 중간에 포기한 적은 없었다. 의지가 이겼다.

남은 9-10킬로미터를 달리는 내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영혼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좀비나 다름없어 보인다. 팔과 다리는 이미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호흡은 이미 거칠어졌다. 오로지 결승선에만 시선이 가 있다. 이제는 포기할 수도 없다. 의식 아닌 몸이 포기하기를 거부한다.    


10킬로미터를 달리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온갖 일을 다 겪는다. 감정도 오르락 내리락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오고 간다. 갈등도 있고, 행복한 순간도 있다. 시작과 끝, 성공과 실패, 도전과 성취,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게 담겼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단조로운 달리기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 편의 글에도 달릴 때와 마찬가지로 구성이 필요하다. 쉬운 예로 기승전결을 들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 시작된 글을 발전시키는 '승', 이어지는 내용과 장면을 전환시키는 '전', 앞의 내용을 하나로 묶으며 결론에 도달하는 '결'까지. 모든 이야기는 이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 곳곳에 양념을 더해 보다 풍성한 스토리로 만들어내면 더 근사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언제든 마음만 먹고 옷만 갈아입으면 달릴 수 있는 요즘이다.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 달리는 동안에는 한 편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누가 시켜서 달리지 않는다. 고통도 행복감도 스스로 원했기에 경험할 수 있다. 글 한 편 쓰기 만만치 않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써내고 싶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한 편 써내면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 누가 시켜서 쓰는 것도 아닐 테다. 달리기를 위해 필요한 건 가벼운 옷과 마음가짐이 전부다. 마찬가지로 글 한 편 쓸 때 필요한 건 마음가짐과 스토리이다. 스토리의 뼈대만 알면 그에 맞게 써넣으면 된다. 앞서 말한 '기승전결'외에도 다양한 구조가 있다.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PREP', 송숙희 작가의 'OREO', 이은대 작가의 'PESSA'까지. 쓰기도 수월하고 전달력도 뛰어난 스토리 구조들이다. 


스토리 뼈대만 손에 쥐고 있으면 언제든 수월하게 글 한 편 쓸 수 있다. 요즘같이 달리기 좋은 날은 글을 쓰기에도 좋은 날씨이다. 어디든 자리 잡고 앉아 경치를 바라보며 마음먹은 대로 한 편 써낸다면 삶이 충만해질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한 편씩 써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스토리 구조를 배웠기에 매일 글 쓰는 것도 즐길 수 있다. 다음 달 무료 특강에서 스토리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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