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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9. 2023

비는 그치지만 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지하철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쓰고 있던 우산을 접는다.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은 고정쇠를 푼다. 팽팽하던 우산은 힘이 빠지며 축 늘어진다. 우산에 묻었던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똑같은 모습이 반복된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단골카페에 첫 손님으로 들어간다. 키오스크로 페퍼민트 티를 주문한다. 늘 앉던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화면을 켜고 브런치를 연다. 글쓰기 버튼을 눌러 빈 화면을 불러온다. 화면에 한 글자씩 채워 넣는다. 글자가 채워지는 모습이 마치 공장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손으로든 기계로 찍어내든 제품에는 만드는 사람의 영혼이 담긴다. 어떤 공정이든 소홀히 할 수 없다. 소홀하는 순간 불량이 나오고 신뢰를 잃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최선을 다할 때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가 본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다. 만드는 이들은 자존심을 걸고 품질을 지켜낸다. 그런 제품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영혼을 담는다.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매번 다른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구상, 구성, 초고, 퇴고, 메시지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든 글을 완벽하게 써낼 수 없지만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단어 하나, 맞춤법, 문장 구조, 비문 등 알고 있는 것들을 총 동원해 낸다. 흠집 없는 글을 써내기 위해 모든 순간에 집중한다. 어쩌다 기가 막힌 글이 나오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반대로 어딘가 허술한 글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다. 어떤 글을 썼는지 내가 가장 먼저 안다. 독자의 선택은 그다음이다. 그러니 제일 먼저 나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 위해 반복해 낸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불량률을 낮춘다. 또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제품의 질을 개선시킨다. 품질이 좋아질수록 소비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그런 제품은 오래 사랑받는다. 유행을 타지도 않는다. 48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새우깡이 그렇다. 100년을 이어온 가스명수가 그렇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그 결과가 No.1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 읽히지 않고 보여주지 않는 글은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 나만 좋고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독자의 평가에 따라 글 실력도 나아진다. 매일 꾸준히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떤 글을 쓰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작가는 결국 독자의 관심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냉혹한 피드백이 성장의 계기가 된다.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드러내는 게 두렵다면 글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나의 장단점을 아는 것만큼 내 글이 나아지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평가하기보다 타인의 평가가 더 정확하다. 그런 평가라야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상처도 입겠지만 결국엔 자신을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야 100년 동안 사랑받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우산을 뚫을 기세로 쏟아지는 비도 그 사이 잠잠해졌다. 쏟아지는 비를 볼 때는 비 맞고 갈 걱정이 앞섰다. 글을 쓰는 동안 잠잠해진 비줄기를 보니 글 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습관처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글을 써냈다. 그랬기에 빗줄기도 약해졌고 출근길에 옷도 덜 젖을 것 같다. 

반복은 늘 지루하다. 지루하다고 반복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를 쉬면 이틀 뒤쳐진다. 하기 싫은 날에도 수영장에 갔고 365일 수영하지 않은 날 없었다." 실력이 나아지는 건 반복뿐이다. 실력을 쌓는 유일한 길은 지루해도 반복해 내는 것뿐이다. 멈추고 싶은 날조차 멈추지 않는 사람만이 원하는 곳에 닿는다. 오늘도 결국 한 편 써냈다. 적어도 어제보다 한 문장이라도 나아졌다고 믿는다. 내일은 또 한 문장만큼 나아질 거다. 멈추지 않으면 글은 계속 나아진다. 그래서 더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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