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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24. 2023

미루기 습관을 극복하려면 이것 하라


일은 언제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직장을 아홉 번 옮겨도 일에 욕심 낸 적 없었다. 직장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이나 닿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직업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명확한 무언가가 없었기에 내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일이 아닌 것들에만 관심을 뒀다. 그렇다고 남다른 취미나 탁월한 특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한 마디로 시간 낭비만 해왔다. 차리리 그 시간에 일이라도 열심히 했다면 실력이 쌓이고 연봉이라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후회될 뿐이다.


작가이자 강사라는 직업을 병행하는 요즘도 일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책에서 그랬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될 거라고. 내 경우는 반반이었다. 18년째 해온 일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흥미가 안 생겼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그리고 어렵게 찾은 작가이자 강사 일은 의욕도 욕심도 컸다. 부업을 위해 본업에 어느 정도는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본업을 제대로 해야 남는 시간을 부업에 투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로 각각의 일에 반반씩 정성을 들이는 중이다. 정성은 반반이지만 이제까지 본업을 해오는 동안 질병을 하나 달고 살아왔다.


18년 동안 우선순위에 밀린 본업에는 미루는 습관병이 있다. 내 일에 애착이 없으니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일 욕심이 없으니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현상유지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남들은 자격증 공부, 대학원진학 등 실력을 쌓을 때 나는 뒷짐 지고 살았다. 그러니 일을 빨리빨리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자를 좌우명처럼 달고 살았다. 미룬다고 별 일 없이 지나간 적은 없었다. 미루며 미루는 대로 일이 터지기 부지기수였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사건 사고를 만들었다. 입에 늘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았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어도 달라지려고 하지 않았다. 미루는 습관을 언젠가는 고치겠다는 다짐만 이어왔다.   


미루는 습관은 삶을 갉아먹을 만큼 심각한 병이지만, 고치지 못할 건 아닌 것 같다. 6년 전부터 인생에 목표가 명확해지면서 매일을 밀도 있게 사는 요즘이다. 직장 일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만큼만 한다. 직장을 떠날 각오를 갖고부터 열정도 반으로 줄였다. 애초에도 '100'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선을 명확히 그었다. 본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대신 에너지를 줄였다. 부업에는 하루 3~4시간이 고작이지만 모든 걸 쏟아붓는다. 새벽 기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루기 병은 새벽 일기를 쓰면서 차츰 좋아지고 있다. 집을 나서기 전 반드시 일기 한 편을 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출근 전까지 SNS에 또 한 편을 써서 올린다. 출근 전에 못 쓰면 퇴근해서라도 써낸다. 적어도 하루동안 정해놓은 분량을 써내려고 한다. 미룰 수 없는, 타협할 수 없는 핑계 대지 않는 일이다. 작가니까 매일 쓰는 걸 신념으로 여긴다. 그래야만 내가 세운 목표에 닿을 수 있다. 오늘 할 일은 미루면 하루만큼 목표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적어도 작가의 일에서는 미루는 습관이 없다. 


로봇이 아니어서 매 순간 완벽하게 살아내지 못한다. 가끔은 게으름도 피우고 핑계도 댄다. 그러나 글 쓰는 시간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우선 함으로써 마음의 부담도 줄인다. 부담이 주는 만큼 다음 할 일에도 집중할 수 있다. 일종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습관이 되면서 6년째 글도 쓰고 책도 내게 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본업에서는 미루는 습관이 여전하다. 나 같은 사람도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의 저자 리스창은 '미루기 생각 자체를 머릿속에서 삭제하라'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사유는 해동을 이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루기 습관을 지닌 사람의 경우 그들의 나태한 일 처리 습관 역시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좀 더 나중에 해도 상관없어', '다들 아직 손도 안 댔으니 조급하게 굴 거 없어', '너무 어렵잖아? 내 능력으로는 방법을 찾지 못하겠어'등과 같은 생각과 핑계는 모두 우리의 행동에 부정적인 암시를 준다.

그래서 미루기병을 뿌리 뽑으려면 먼저 미루기를 합리화하는 생각부터 철저히 없애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당신의 현재 상태를 바꿀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 뿐이라는 사실이다.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리스창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 더군다나 나쁜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정하면 시도가 그렇게 막연하지만 않다. 다행히도 마음먹고 시도하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태도는 생각에 지배를 받는다. 나쁜 습관보다 좋은 습관을 먼저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매일 새벽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습관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쁜 습관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하나씩 고쳐가면 미루는 습관도 사라지고 말 테다. 이 글을 읽고 변화를 바란다면 미루지 말고 즉시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어떤 글이든 쓸 수 있는 만큼 써내면 성취감이 생기고 이를 반복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로 이어질 거로 믿는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글 한 편 쓰면 삶도 새로이 쓸 수 있다. 쓰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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