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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25. 2023

글쓰기를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


손세차를 하고부터 차에 이상이 생겼다. 손세차를 해주신 분이 억울하게 들릴 수 있지만 때가 그랬다. 세차한 다음 날부터 후방 카메라 화면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10여 년 만에 처음 생긴 증상이다. 아마도 오래 타서 그런 걸 수 있다. 접촉 불량 의심이 들어 정비센터에 문의했다. 증상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며 예약을 잡았다. 정비 시간을 감안해 4시까지 방문하란다. 평일 일산까지 4시에 도착하려면 잠실에서 늦어도 3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일 하는 중간에 빠져나가는 거라 제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20분 정도 늦겠다고 미리 전화했다. 상대방은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했다. 20분을 넘기지 않고 도착했다. 담당자는 또 다른 증상이 있는지 물었다. 브레이크에서 쇠 갈리는 소리도 공교롭게 세차 후부터 거슬릴 만큼 커졌다. 소리가 나는 위치와 소리의 종류를 설명하고 접수를 마쳤다. 담당자는 정비 시 공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공임은 해당 증상에 대해 수리가 진행될 경우 공제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말은 교체나 수리를 하지 않을 경우 온전히 공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당연한데 당연하게 들리지 않았다. 동네 카센터는 웬만한 점검은 무상으로 해주는데 말이다. 정비 전문가가 차를 점검하는 건 그만한 기술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아도 비용을 낸다. 의사에게 진찰받아도 진료비를 낸다. 자동차를 점검받으니 공임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어렵게 시간 냈으니 공임이 들어도 점검을 받기로 했다. 내심 문제 증상을 간단하게 고칠 수 있길 바라며 고객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1시간 뒤 정비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종이 몇 장을 내 앞에 펼쳐 보였다. 커다란 글씨로 견적서라고 적혀있었다. 내가 보기 편하게 종이를 돌린 뒤 하나씩 설명했다. 후방카메라는 교체, 네 바퀴 브레이크 패드 교체, 엔진 계통 ㅇㅇ부품 누유, 엔진 댐퍼 노후로 인한 교체 요망. 4가지 항목에 예상 수리비 300여만 원. 턱이 빠졌다. 견적서를 보고 있자니 왠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나를 호구로 보나 싶었다. 물론 아니다. 세계적 기업이니 정해진 매뉴얼대로 업무를 처리할 터였다. 예상치 못한 비용에 의심이 들었을 뿐이다. 내 차는 9년을 꽉 채워서 하나씩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당장 결정하기에는 큰 비용이었다. 그렇다고 안 고칠 수도 없다.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견적서를 받아 들고 나왔다. 


25년 무사고다. 운전은 할 줄 알지만 차에 대해서는 모른다. 차를 살 때 따져보는 실내외 기능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정도다. 고장이나 소모품 교체는 오롯이 정비센터에 맡겨왔다.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내 차를 관리하는 거다. 당연히 그들을 신뢰해야 한다. 그들도 긴 시간 정비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왔을 것이다. 저마다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테다. 당연히 그들의 수고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그들을 믿지 못한다면 스스로 정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오히려 더 비효율적이다. 그 많은 지식과 기술을 언제 익히겠는가 말이다. 전적으로 그들의 말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믿기 시작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차를 허투루 대할 게 아닐 테니까. 나도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6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다. 2년 10개월째 매주 수업을 듣는다. 글쓰기 관련 100여 권 이상을 읽고 공부했다. 수십 년 글을 쓴 이들에게 비할 바 아니지만 글을 보는 눈은 조금 있다. 배운 걸 활용해 글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준은 된다. 그런 마음으로 무료 특강을 매달 진행한다. 물론 제대로 글 쓰고 책 쓰고 싶은 사람에게 정규 강의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가르칠 역량도 갖췄다. 초보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비용도 받는다.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주자는 게 내 신념이다.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정비사를 믿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마음일 테다. 수강 신청을 망설이는 것도 짐작 간다. 나도 그랬으니까. 중요한 건 자동차 고장을 수리하든 글재주를 키우든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내 수고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다. 그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키우고 더 나은 성능의 자동차를 탈 수 있다. 


경험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정비 기사의 공임도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다르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나 마찬가지다. 쉬운 수준부터 전문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의사, 변호사, 정비사, 코치 등 경험이 곧 실력인 이들이 있다. 그들의 경험은 타인을 도울 때 빛을 발한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내가 도움을 받았다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익을 얻는다. 

우리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 지식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다.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근사하게 쓰지 못해도 괜찮다. 내 경험을 담아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 내 글의 가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에 있을 테니까. 그러니 누구나 남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내 경험을 기꺼이 글로 쓴다면 말이다. 그런 글이 쌓이면 책이 되고, 그런 경험을 말로 하면 강의가 된다. 방법이 어떠하든 상대방을 돕겠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내 경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기꺼이 나누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서툴러도 진심을 담는다면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전문가라는 마음가짐이라면 글 쓰는 게 어렵지 않을 거로 믿는다. 글쓰기, 이렇게 쉽게 시작하는 방법 또 없다.      



   


https://docs.google.com/forms/d/12-vP0TwwY7e94KQqn3HO4eSSUas0hsAi6xDlu2mUNtE/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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