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Oct 26. 2023

이렇게 시작하면
누구나 글 한 편 뚝딱


자가용 예상 수리비가 300만 원 나왔다. 한 번에 지불하기에 버거운 비용이다.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는 수밖에 없다. 몇 달 동안 쪼들릴 게 보였다. 그렇다고 당장 새 차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는 토스트기가 아니니까. 


견적서를 받아 들고 집에 오는 길에 새 차로 바꿀 생각도 했다. 집 근처 르노삼성자동차 대리점으로 핸들을 돌렸다. 얼마 전까지 있던 매장이 철거되고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덕분에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정비 관련해 몇 군데 추가 견적도 받아봤다. 비용은 비슷했다. 당장 차를 처분할 수 없다면 고쳐서 타는 게 맞았다. 당연하다. 부자도 이런 일로 쇼핑하듯 차를 바꾸지는 않을 테다. 하물며 월급쟁이인 내가 졸부 코스프레가 가당키나 할까? 냉정하게 생각해 본 끝에 수리를 결정했다. 


당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품부터 수리하기로 했다. 두 가지 부품 교체에 200만 원인데, 패키지 할인을 받으니 150만 원에 가능했다. 다른 곳과 비교해도 훨씬 저렴했다. 내가 받는 혜택만 생각하기로 했다. 수리해 놓으면 당분간은 문제없이 탈 수 있을 테다. 어쩌면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놈과 교감하는 수밖에.


자동차 고장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수리하는 게 맞을 것이다. 자동차가 발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알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건 월급쟁이의 비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타협할 수도 없는 문제다. 이왕이면 주저 말고 빠르게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 있다.


나처럼 간을 보고 일을 진행시키는 사람 있다. 아니면 반대로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부터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저마다 장단점은 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신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큰돈을 써야 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집을 구하고, 차를 사고, 투자하는 게 대표적이다. 누구의 말만 듣고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마냥 신중할 수만도 없다. 충분히 고민했으면 빠르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식이다. 잘 되면 다행이고, 설령 잘못되더라도 그때 가서 바로 잡으면 된다. 망설이는 사람보다는 훨씬 빠르게 성공이든 실패든 결괏값을 갖게 된다. 결국 망설이는 사람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이런 원리가 글쓰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는 사람, 일단 아무 말이나 쓰면서 무슨 글을 쓸지 구상하는 사람. 이 둘 중 어느 쪽이 글을 완성할 확률이 높을까? 통계를 내보지 않았지만 짐작건대 후자가 더 확률이 높다. 내 경우도 그렇다. 생각만 하면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다 결국 한 글자도 못 쓴 적이 많았다. 


반대로 낙서부터 시작하면 어떤 글이든 쓰게 된다. 손을 움직이면 생각도 점점 글에 초점이 맞춰진다. 끄적이는 단어에 힌트를 얻어 쓰고 싶은 주제로 다듬어진다. 인간의 뇌는 손을 움직이면 사고가 활발해진다. 아무것도 안 하면 발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이 막혔을 때 몸을 움직이라고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알고 있다. 


매일 일정분량의 글을 쓰는 게 만만치 않다.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듯 글감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글감이 안 떠오른다고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글이 써지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게 낙서다. 낙서하는 데 신중할 필요 있을까? 낙서를 잘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 있을까? 낙서로 수천만 원이 오고 가지도 않을 테다. 정말 말 그대로 낙서는 낙서다. 


하지만 낙서만큼 글을 쉽게 시작하는 도구도 없다고 감히 말한다. '감히'라고 할 수 있는 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도 몇 줄짜리 낙서를 썼다. 아무 말이나 쓰면서 어떤 주제를 쓸지 망치질했고 결국엔 여기까지 써내려 왔다. 


또, 쓰면서 이런저런 내용을 추가하고 고치길 이어갔다. 중요한 건 일단 시작했기 때문에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고 내용을 추가하고 주제를 선명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고 아무리 깊이 고민한 들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노트북을 덮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글을 쓰기 위해 빈 화면과 마주했다면 가차 없이 손을 움직이라고. 생각보다 손을 빨리 움직이면 글 한 편 완성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의심이 가면 얼마든 실험해 봐도 좋다. 열에 아홉은 원하는 글을 써낼 수 있을 거라고 소심하게(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는다) 장담한다. 


신중한 게 느린 걸 의미하지 않는다. 빠른 걸 섣부르다고 할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주저하다가 때를 놓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일단 시도하고 수습하며 뭐든 만들어 내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가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머리보다 손을 움직이면 글 한 편 완성할 가능성은 99퍼센트라고 감히 말한다.  





https://docs.google.com/forms/d/12-vP0TwwY7e94KQqn3HO4eSSUas0hsAi6xDlu2mUNtE/edit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