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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23. 2023

글 쓰는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1989년 서울극장은 상영관 3개를 도입한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이었다. 이후 2021년 문을 닫기까지 총 11개의 상영관을 운영했었다. 극장 수는 많았지만 여전히 좌석은 불편했다. 내 앞에 앉은키가 큰 사람이 걸리면 주연 배우 이마만 보다 끝나기도 한다. 또 뒷사람이 다리가 길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 걸리면 영화 내내 발길질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러는 참다못해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영화 상영 전 극장 예절 안내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영화관 대부분이 멀티플렉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좌석 간격도 넓어졌고 앞뒤로 피해를 주는 일도 그만큼 줄었다. 


그래도 간혹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안방인 것처럼 신발 벗고 발을 올리는 사람, 냄새가 심한 음식을 사들고 오는 사람, 집에 있는 쓰레기까지 들고 와 버리는 사람 등 여전히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됨됨이는 태도가 말해준다고 했다. 상대를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자신도 배려받지 못한다.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면서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하물며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지켜야 할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글은 읽으나마 나한 글이 될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이 지켜야 할 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

살다 보면 본전도 못 건지는 행동이 하나 있다. 잘난 척이다. 특히 내가 쓴 글에서 잘난 척이 묻어나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다. 마치 세상에 나만 존재한다는 식의 거만한 글은 모두에게 외면받기 딱 좋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들이 잘난 척을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잘난 척해봐야 얻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다. 글 좀 쓸 줄 안다고 글에 온갖 기교를 부리며 허세를 떨어봐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 글은 누구의 공감도 이해도 받지 못한다.


둘째,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세상에는 수학공식 같은 진리도 있지만, 살면서 깨우치는 이치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과거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요즘은 단 몇 년 만에 달라질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오늘 내가 아는 지식은 내일은 쓸모없는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또 더 이상 정보는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누구나 쉽게 손 안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늘 배우지 않으면 뒤쳐지게 된다. 또 내가 쓰는 글에 틀린 정보가 담기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니 늘 배우는 자세로 깨어있어야 한다.


셋째, 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익명의 댓글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사람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타인을 공격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또 재미 삼아 주변 사람을 깎아내리는 글을 쓰는 이들도 있다. 그런 글은 읽는 사람들에게 재미는 줄 수 있지만 그때뿐이다. 글을 쓸 때는 모른다. 계속해서 그런 글을 쓴다면 분명 똑같이 당한다는 게 세상이치다. 무엇보다 비난과 비판은 엄연히 다르다. 비난은 상대의 단점만을 나쁜 의도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판은 상대의 단점을 말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말해주는 것이다. 비판은 상대방을 성장시킬 수 있지만 비난은 기분만 상할 뿐이다. 이 차이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써야 할 글은 정해져 있다. 


넷째,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한다.

정성껏 쓴 글에 악플이 달리는 경우 있다. 대안이나 개선점이 담긴 악플은 오히려 자극이 된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다기 때문에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반응은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이다. 내 글에 이런 식의 악플이 달린다면 기분 좋을 사람 아무도 없다. 나조차도 그렇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한 발 더 나아가는 태도를 가질 필요 있다. 악플에 기분은 나쁘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이다. 악의적인 글을 막을 수 없지만, 태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당장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노력할 충분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상처받지 않는 출발선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섯째, 어떤 식으로든 돕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누군가는 본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내 글을 읽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겸손해야 하고, 비난해서도 안되고, 다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이런 태도로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를 돕게 된다. 내 글에서 무엇을 얻어갈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만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느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오로지 타인을 돕겠다는 마음이면 어떤 내용이든 배울 게 있고 공감받는 글이 될 수 있다. 


검은색 잉크 한 방울이면 맑은 물은 금방 탁해진다. 탁해진 물이 다시 맑아지기까지 오래 걸린다. 맑은 물을 지키는 방법은 잉크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에게 해로울 행동을 하지 않는 게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그러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할 게 있다. 앞의 다섯 가지는 누구나 아는 것이다. 스스로 먼저 지켜 글을 쓴다면 상대방과 흙탕물에서 뒹굴 일은 없을 테다. 영화관 에티켓도 내가 먼저 지키면 상대방은 물론 나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이 다섯 가지를 먼저 지킨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글이 된다. 글 쓰는 태도가 달라지면 당연히 글도 나아지고 삶도 나아지는 건 안 봐도 안다. 이만하면 기꺼이 노력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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