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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28. 2023

이봐, 글을 써보기는 했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거절당한 정주영 회장은 영국으로 날아갔다. 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면 사업 계획서와 추천서가 필요했다. 추천서를 써 줄 'A&P 애플스 롱 바텀 회장'을 일주일 만에 만날 수 있었다. 정주영 회장에게는 조선소 부지를 찍은 흑백사진뿐이었다. 롱 바텀 회장은 모든 게 불투명한 정주영 회장에게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바로 그때 우리가 잘 아는 오백 원짜리 지폐가 등장한다. 정주영 회장은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낸다. 지폐의 앞면에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그려져 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그림을 보고 설명했다.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선을 만들어낸 조선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롱 바텀 회장은 몸을 숙여 지폐를 유심히 봤다. 그리고는 "당신은 당신네 조상에게 감사해야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추천서를 받은 정주영 회장은 투자금을 유치했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조선 강국이 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패가 눈에 보이는 도전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늘 직원들에게 말했다. "해보기는 했어?" 시작도 하기 전에 결과를 낙관하는 태도를 꼬집어 말했다. 정주영 회장의 이 말에는 모든 도전은 성공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는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주영-


글을 잘 못 써도 쓰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못 써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잘 쓰지 못해도 쓰려고 하는 사람은 매일 조금씩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잘 못 써서 쓰지 않는 사람은 더 나아질 기회조차 없다. 전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면, 후자는 자신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버렸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자신의 가능성을 정해놓은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한 탓에 시작조차 해보지 않는다. '내 주제에 무슨 글을 써'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만약에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멋모르고 시작했다. 어떤 목표나 의식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시작했다. 쓰면 좋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잘 쓰고 못 쓰고 따지지 않았다. 오늘 썼으면 내일도 썼고 내일도 썼으면 그다음 날도 썼다. 계속 쓰다 보니 뒤늦게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매일 쓰는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당신이 일단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완전히 달라진 자신이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러셀 로버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심뿐이다. 결과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정주영 회장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단 뛰어들었다.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며 지금 순간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무엇을 얻고 어떤 사람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아무런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글을 썼을 때만 경험할 수 있다. 그때의 경험만이 이전과 달라진 자신을 선물처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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