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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29. 2023

서문(프롤로그)은 언제 쓸까?


두괄식으로 글을 쓰면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더불어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기도 한다. 두괄식 글을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메시지를 먼저 정해놓고 부연 설명을 쓰거나, 다 쓰고 나서 핵심 메시지를 서두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책을 쓸 때도 두괄식 글쓰기가 필요하다. 바로 서문을 쓸 때이다. 서문은 책 내용을 요약해 놓은 글이다. 서문만 읽어도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서문은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서문을 언제 쓸까? 목차 순서대로 제일 먼저 쓰고 본문을 쓸까? 많은 사람이 순서대로 써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야 책 한 권을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서문은 처음부터 쓰면 안 된다.


책 쓰기에 도전한 게 5년 전이다. 그때는 멋모르고 달려들었다. 강의를 들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포기할 수 없어서 혼자 쓰기 시작했다. 목차대로 쓰지 않았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앞뒤로 오가며 썼다. 몇 개월을 매달렸지만 절반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 상태로 투고할 욕심을 냈다. 초고도 완성 안 하고 서문을 써 대충 꾸몄다. 수십 곳에 투고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이도저도 아닌 원고는 결국 컴퓨터 어딘가에 묻혔다.  


책 쓰기는 잠시 내려놨다. 매일 SNS에 글을 쓰며 실력을 쌓았다. 어느 때부터 다시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번에는 제대로 써보고 싶었다. 혼자 쓸 자신이 없었다. 강의를 찾았다.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주제 정하는 방법, 목차, 한 꼭지 쓰는 법, 구성대로 쓰는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 배우고 익히는 대로 목차 순서대로 썼다. 40 꼭지를 다 쓰는 데 50여 일 걸렸다. 초고가 완성되었다. 서문과 마치는 글만 남았다. 


서문을 남겨 둔 이유는 초고를 다 쓰고 난 뒤 써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초고를 쓰다 보면 분명 목차도 바뀌고 주제가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서문을 먼저 써놓으면 두 번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서문은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 독자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된 초고를 요약해 서문을 쓰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서문은 두괄식 글쓰기에서 주제가 담긴 문장 역할을 한다. 서문만 읽어도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정리와 요약이 필요한 글이다. 그런 글을 본문을 쓰기도 전에 미리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간혹 서문에 간단한 인사말만 적는다면 그건 예외다. 그런 서문은 대개 유명 작가가 그렇게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초보 작가라면 독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서문이 필요하다. 또 잘 정리된 서문은 독자를 배려하는 거나 다름없다. 씻지도 않고 머리도 부스스한 첫인상보다 깔끔하게 단정하고 이왕이면 곱게 화장한 첫인상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서문은 내 책과 독자의 첫 만남이다. 서문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내 책도 자연히 호감이 갈 것이다. 그러니 가장 마지막에 온 정성을 쏟아 쓰는 게 당연하다 할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2-vP0TwwY7e94KQqn3HO4eSSUas0hsAi6xDlu2mUNtE/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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