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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29. 2023

책(글) 쓸 때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마흔여덟, 이제껏 살아오면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는 원칙이 존재합니다. 먼저 온 순서를 지키고, 남의 것을 탐해서는 안 되고, 법이 정해놓은 기준을 따르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다툼이 생기고 죄를 짓게 되고 상처를 주게 됩니다. 반대로 이를 지키면 별 탈 없이 살 수 있습니다.


20대 후반, 지인과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직장 경험이 없었던 때라 내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했습니다. 일이 없으면 게임이나 술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한 마디로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습니다. 자기 계발이 무엇인지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를 때였습니다. 기둥 하나만 부실해도 건물이 무너지는 법입니다. 제 역할을 못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는지 얼마 못 가 회사는 망했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나니 남은 건 카드빚뿐이었습니다. 4년 넘도록 제대로 된 월급을 제때 받아본 적 없었습니다.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신용카드를 만들어 찔끔찔끔 썼었습니다. 매달 갚을 돈을 벌지 못하면서 씀씀이는 줄이지 않았습니다. 흥청망청 쓰지는 않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꼴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4백만 원 넘는 빚만 남아있었습니다.


버는 만큼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가 마치 현금을 보관해 둔 금고라도 되는 양 생각 없이 긁어댔습니다. 매달 청구서를 받으면서 한편으로 곧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살았습니다. 정작 회사도 일도 나아지지 않은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요. 그때는 그렇게라도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돈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면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여겼을 겁니다. 실패한 인생, 루저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헛된 희망과 무절제함이 결국 빚쟁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운 좋게 친구의 소개로 직장을 구했습니다. 건실한 회사에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으로 카드빚부터 해결했습니다.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월급만으로 사는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 뒤로 돈도 모아서 결혼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맞벌이로 쪼들리지 않는 살림을 살게 되었습니다. 버는 만큼 쓴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말이죠.


버는 만큼 쓴다는 원칙을 지키면 부자는 아니어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겁니다. 빚에 쪼들리는 이들은 대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칙은 어느 한순간에만 지키는 규칙이 아닙니다. 사는 동안 놓치지 않아야 할 신념과도 같은 것입니다. 삶의 어느 순간 원칙을 잃게 되면 일상이 무너지는 것 또한 한순간일 것입니다.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칙을 지켜 잘 살아낸 인생, 누군가에겐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입이 벌어질 만큼의 성공은 아니어도 적어도 자신에게 당당할 만큼의 성장을 이룬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습니다. 내 삶이 더 가치 있어지는 건 가진 걸 나눌 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글로 입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면서요.


이때 중요한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많은 걸 이야기하기보다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겁니다. 많은 걸 주고 싶다고 주저리주저리 다 늘어놓으면 오히려 산으로 갑니다. 그럴 땐 내가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그 메시지보다 더 많은 걸 얻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살아낸 시간과 경험한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권의 책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겨야 합니다. 많은 걸 담을수록 정작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흐릿해지는 법입니다. 아무리 많은 일을 겪고 대단한 성공을 했어도 내가 쓰는 책에 담을 메시지는 단 하나 면 충분합니다. 또 그렇게 쓴 책이 오히려 독자의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그러니 책 쓰는 게 막연하고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전하고 싶은 딱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누구나 시련, 상처,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습니다. 비교되지 않을 만큼의 아픔, 절망의 끝을 알 수 없는 실패, 희망조차 사치였던 시련을 통해 이제껏 성장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진행형일 수도 있습니다. 시련을 극복했다면 희망의 메시지를, 여전히 험난한 길을 걷는다면 성장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 있든 내가 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존재합니다. 그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원칙을 지켜 책을 쓴다면 분명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독자도 나도 삶의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YVrTplML51BXo3YKEAU6cSgMnfmAsMphQquKRvpXPg/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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