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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04. 2023

슬럼프도 극복하는 습관의 힘

준비한 내용이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그런 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슬럼프가 왔을 때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강연 주제가 '습관'이다 보니 여기에 초점을 맞춰 대답을 했습니다.

"글 쓰다 보면 그럴 때 한 번씩 오죠. 생각대로 안 써지고, 쓴 글도 마음에 안 들고, 말 그대로 현타가 옵니다. 그래도 그냥 썼던 것 같습니다. 분량을 따지지 않고 잘 쓰고 못 쓰고 생각지 않고 '습관'처럼 썼습니다. 또 그렇게 그냥 쓰다 보니 얼마 안 가 다시 되돌아가더라고요."   


질문한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운동을 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운동 대신 공부로 진로를 바꿨고요. 운동할 때 한 번씩 슬럼프가 오듯, 공부하고 글도 쓰는 요즘도 그럴 때 온답니다. 그 학생이 그런 질문했다는 건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테고요. 저도 이제까지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이겨낸 방법은 같았습니다. 그냥 매일 썼던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습관처럼 말이죠.


책을 쓸 때도 슬럼프가 한 번씩 옵니다. 초고가 생각한 대로 속도가 안 날 때, 퇴고가 마음먹은 대로 안 고쳐지면 불안하고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주제에 맞게 쓰는지, 문장은 적확한 지, 빼고 더할 내용은 없는지 등등. 쉼 없이 내린 눈이 어느새 사방천지를 뒤덮은 듯 걱정이 쌓입니다. 그럴 땐 저절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확신도 사라지고 장밋빛 내일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몇 날 며칠 빠져 지내다 보면 정말로 책을 쓰는 게 맞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닿습니다. 말 그대로 슬럼프에 빠진 겁니다.


세상에 나올 준비 중인 원고까지 포함하면 이제까지 다섯 권을 썼습니다. 단 한 권도 마음 편히 써내지 못했습니다. 늘 불안과 의심으로 뒷걸음질 치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원고는 십수 개월 묵혀 둡니다. 또 어떤 원고는 존재조차 잊게 됩니다. 확신으로 초고 집필을 시작하지만 불안으로 바뀌고 맙니다. 근근이 초고를 마친 원고가 퇴고를 시작하면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갑니다. 어떤 원고는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겨우 다시 시작해도 여전히 길이 아닌 길을 걷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집필은 방황해도 다른 주제의 글은 매일 썼습니다. 돌이켜보면 쓰기를 멈춘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 쓰는 글이 원고가 아닐 뿐, 매일 한 편씩 써냈습니다. 어떤 날은 근사한 한 편을 써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날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글도 씁니다. 어떤 글이든 내가 쓴 글입니다. 잘 쓰면 잘 쓴 대로, 못 쓰면 못 쓴 대로 인정했습니다. 오늘 못 썼다고 내일도 못 쓰라는 법 없습니다. 오늘 끝내주는 글을 썼다면 내일은 그런 글을 못 쓸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남는 건 썼는지 안 썼는지, 가장 본질적인 문제만 남게 됩니다. 작가의 본질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 한 편을 썼다면 작가로서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신을 인정해 주면 됩니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슬럼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글 쓰는 습관 덕분입니다. 습관은 의식하지 않고 당연하게 정해놓은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할지 말 지 따질 이유가 없는 게 습관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고, 월급쟁이가 회사에 출근하고,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고, 작가가 매일 글을 쓰는 게 당연합니다. 당연한 걸 해내면서 의미와 가치도 발견하고 성취감도 듭니다. 가치와 성취감은 보상이 됩니다. 보상을 받으면 또 할 수 있는 게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습관 덕분에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슬럼프에 빠지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단순한 것 같습니다. 제 경우처럼 습관을 반복하는 게 쉬운 방법일 수 있습니다. 손흥민, 박지성, 김연아, 마이클 펠프스 등 수많은 선수들이 하루도 연습을 빼놓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벗어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게 먼저입니다. 그 믿음이 중심을 잡아줄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세운다면 오늘도 어제처럼 습관을 반복하게 될 테고요. 그렇게 슬럼프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YVrTplML51BXo3YKEAU6cSgMnfmAsMphQquKRvpXPg/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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