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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3. 2023

회사야! 3만 원 아끼니 좋으냐?

줬다 뺐는 것만큼 치사한 게 없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는 데 안 주면 이 또한 열받는다. 준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 것도 흔하다. 온갖 사탕발림으로 현혹해 놓고 슬쩍 입을 닫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 없이 지나는 건 애교다. 아니꼬우면 사장을 하던지, 아니면 나가라는 식이다. 이런 만행을 가장 흔하게 겪는 곳이 직장이다. 그런 꼴 당해 화가 치밀어도 당장 갈 곳이 없어 손만 부들부들 떤다. 술이든 야식으로든 기어오르는 화를 누른다. 언제까지? 때려치우고 나갈 때까지.


두 달 동안 사무실도 없이 현장 업무를 봤다. 대개는 사무실을 임대하거나 컨테이너를 빌려 사용한다.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됐다. 현장으로 출근할 때부터 그런 사정을 설명했었다. 사무실이 없어도 해야 할 업무는 항상 있다. 그러니 노트북을 켤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만만한 게 카페였다. 차 한 잔 시키면 두어 시간 동안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 적어도 하루 한 번은 기본적인 업무를 위해 카페를 이용해야 했다. 사정이 이러니 당연히 업무 관련 비용으로 인정받을 줄 알았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매달 15일이면 전달 청구 경비가 지급되고 결재된 정산 내역을 돌려받는다. 청구한 내역 중 3만 원이 차감됐다. 카페를 이용한 비용이었다. 관리이사는 카페를 이용해 업무 본 걸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걸 안 주겠단다. 내가 만만한가? 나한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나? 헛 돈 쓰고 다닌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니 먼저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차감했으니 말이다. 나는 이 회사에서 어떤 존재지? 쓸데없이 경비만 축내는 인간이었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정산서를 들고 관리이사에게 갔다. 당장 대답을 들어야 했다. 안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들어야 화가 가라앉을 터였다. 내가 생각해도 다짜고짜 말을 꺼냈다. 상대방 입장 봐줄 상황이 아니었다. 내 행동에 되려 관리이사가 역정이다. "지금 이 상황에 그걸 따질 때야?"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당장 답을 들어야겠기에 쳐들어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는지 상황 운운하는 관리이사의 대답이 궁색한 변명처럼 들렸다.


"사무실도 없이 일하는 데 이걸 까면 어쩝니까? 일 하지 말란 말입니까?"

"미리 얘기도 안 했잖아. 일단 이번 달은 안 되고 다음 달 경비부터 인정해 줄게."

이게 말이야 방귀야. 공사기간 70일 중 50일 치 비용은 차감해 놓고 남은 20여 일은 인정해 주겠단다. 입장이 바뀌어도 과연 그렇게 말했을까? 오만 정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속으로 외쳤다.

'회사야! 3만 원 아껴서 좋았겠다. 나는 이놈의 회사에 3만 보쯤 멀어졌다.'

 

아니꼬우면 내가 나가는 게 답이다. 당장은 못 나간다. 예전 성질 같았으면 한바탕 들이받고 뛰쳐나갔을 거다. 그런 면에서 나도 점점 사람이 되어 가나보다. 핫팩 수십 개가 가슴에 매달려 열을 냈다. 끓어올랐지만 스스로 식혔다. 어쩔 수 없는, 힘이 없는, 까라면 까야하는 직장 노예이니까. 언제까지 이런 대접받으며 견디기만 하지 않을 테다. 내년에는 결단을 낼 것이다. 내가 나가든 나를 떠받들든. 아마 떠받드는 일은 없지 싶다. 그러니 내가 나가는 게 수순이다. 철저히 준비해서 당당하게 사표 던질 테다. 보란 듯이.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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