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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30. 2023

당신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수천 명의 경쟁자를 뚫고 TOP 10이 결정된 '싱어게인 시즌 3' 드디어 TOP 10은 자기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전까지 '몇 호' 가수로 경쟁해 왔습니다. 경쟁에 지면 그제야 자신의 이름 말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저마다 본명 대신 무명 가수라는 이름에 가려 가수의 꿈을 감추고 살아왔습니다. 'Sing Again'이라는 단어처럼 가수로서 다시 노래 부르기 위해 경연에 참여했습니다. 결국 다시 꿈이 꺾인 이도 있지만 누군가는 다시 한번 원래 이름으로 새로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김형준' 제 이름입니다. 어릴 때는 나조차도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어색했습니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기도 하고 입에 착 감지도 않았습니다. 이름에 담긴 의미는 어마어마했습니다. 형통할 '형', 클 '준', 크게 형통하라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이름을 짓기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승이 집 앞을 지나며 어머니와 마주쳤습니다. "이 집에 아이가 태어났죠? 아이의 이름을 '형준'이라고 지으세요."라고 말하고는 가던 길 갔다고 합니다.


어머니 입으로 전해 들은 이야기라 사실 확인이 안 되지만 믿을 수밖에요. 연유가 어떻든 저는 제 이름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름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으로 이름에 담긴 의미대로 언젠가는 크게 형통할 수도 있겠다고 믿어왔습니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날 그 자리에 노승이 찾아왔고, 아이가 태어난 걸 알았고, 이름까지 지어줬다면 분명 이유와 의미가 있을 거로 믿었습니다. 허황된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은 믿는 대로 된다는 것입니다. 이름도 마찬가지이고요.


마흔셋, 제 인생에 역변이 일어난 때입니다. 이전까지는 물과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아무 색깔도 맛도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어디에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삶이었습니다. 끈기, 승부욕, 욕심, 자존심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핑계, 도망, 포기, 실패가 더 익숙했습니다. 그러니 어디 가서 내 이름 말하고 불리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름값 못하고 살았습니다. 삶이, 행동이 당당하지 못하니 이름조차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마흔셋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 내가 더 가치 있나?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살아갈 목적은 무엇인가? 수많은 질문을 만나면서 나를 싸고 있던 껍질을 벗겨갔습니다. 곪고 문드러진 껍질은 버리고, 그 자리를 새 껍질로 채웠습니다. 그렇게 나를 다시 만들어 갔습니다. 마치 몸은 어른이지만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나를 알아갔습니다.


마흔셋 이전까지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대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산 덕분에 가정을 이루고 직장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내 왔습니다. 부모님, 아니 노승이 지어준 '김형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인생에 만족해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도 살던 대로 살 수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인생을 사는 겁니다. 이번에는 내가 지은 내 이름으로 말이죠.


이름 석 자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제가 불리고 싶은 이름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하고 싶을 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남들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매일 글을 쓰고 책도 내고 강연과 강의를 합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이름 값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제 이름은 '김형준'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이름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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