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
아내가 블로그에
'좋아요'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놨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매일 글을 남긴다.
일 년 내내 글을 올려도
아내는 1월 1일과 12월 31일에만 글을 읽는다.
읽고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책을 내도 마찬가지다.
읽는 걸로 끝이다.
평가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말 안 하는 게 더 낫다.
괜한 평가에 스스로 주눅 들지 싶다.
어쩌면 아내는 이런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무런 평가도 안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적어도 기는 꺾지 않겠다는 아내의 배려라 생각한다.
가끔은 아내처럼 가까운 사람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화해보고 싶어서다.
그래야 더 분발할 명분이 생길 테니까.
그렇다고 평가를 의식하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쓸 수 있는 내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감받고 좋아해 줄 그런 글만 쓰려고 할 테니까.
물론 그런 글도 써야 한다.
글쓰기는 결국 소통이니까.
소통 없는 글은 일기나 다름없다.
평가나 소통을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글이 많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글들이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글이 될 것이다.
나를 위한 글이든, 소통을 위한 글이든, 글쓰기는 도구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도구, 상처를 치료하는 도구, 더 성장하게 하는 도구이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얼마든 무엇이든 얻게 되는 게 글쓰기이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은 나만 위하지 않는다.
내 글을 읽는 누구에게나 도움을 준다.
그러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하는 글일 필요 없다.
내 글의 첫 독자인 내가 만족하면 된다.
그리고 딱 한 사람만 더 만족해하면 충분하다.
그게 누구일지는 알 수 없다.
그게 누구이든 적어도 글 쓰는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나와 내가 아닌 단 한 사람을 위해 쓰겠다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내가 정한 단 한 사람은 아내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두 딸까지이다.
가족이 나의 두 번째 독자이다.
이제까지 쓴 글, 앞으로 쓸 글은 나의 기록이다.
가족에게 전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들이다.
매일매일 꼭 남기고 싶은 말을 적는다.
말하지 못한 진심도, 표현하지 못한 마음도 모두 글에 담았다.
앞으로도 내가 쓰는 글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물론 100장의 글보다 한마디 말이 더 낫다.
사랑은 표현이라고 했으니까.
글로 쓰다 보면 말로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질 거로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내 마음을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