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은 적지만, 1만 분은 결코 적지 않았다
오늘 새벽, 1,035번째 일기를 썼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입니다. 10분 동안 A4 절반 크기의 노트 한 페이지를 채웁니다. 걱정, 고민, 칭찬과 격려, 답이 없는 질문도 망설여지는 일에 대한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 넋두리 같은 혼잣말을 10분 동안 신나게 쏟아냅니다. 노트를 덮을 땐 마치 쾌변 한 듯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더러 있습니다. 10분 동안 쓰는 것치고는 얻는 게 많습니다.
매일 10분씩 1,035일을 곱하니 10,350분입니다. 날수로 계산하니 7일 하고 1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이제까지 7일 동안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했다는 의미입니다. 직장에 다니고 두 딸을 키우면서 이만큼의 시간을 나를 위해 낼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매일 10분씩 투자하니 결과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시간의 혜택을 얻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 1,035번 나와 마주했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어색했습니다. 마흔이 넘도록 그런 기회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마주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정작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른척해 왔습니다. 용기 못 냈습니다. 자신감도 없었고, 방법도 몰랐습니다. 아마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민낯인 나를 마주하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은 불안이 있었으니까요. 책을 읽고부터 조금씩 나를 들여다봤고, 점차 익숙해지면서 일기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1천 번 넘는 마주함 덕분에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해 주며 성장하는 관계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매일 10분 동안 노트 한 페이지를 채우니 글쓰기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잘 쓴 글이 아닙니다. 잘 쓰려고도 안 합니다.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더하고 빼지 않고 씁니다. 틀렸다고 고치지 않습니다. 더 나은 표현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게 아니라 내 마음대로 씁니다. 쓰다 보면 근사한 문장이 얻어걸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날 쓸 글감을 찾기도 합니다. 1,035번, 1만 350분 연습했습니다. 1만 시간 중 172.5 시간을 채웠습니다. 여기까지 오니 이만큼 쌓였습니다. 덕분에 글쓰기에 점점 더 자신감을 얻는 중입니다.
1,035일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살았습니다. 일기 쓰는 걸 당연하게 여겼고 어디서든 일기를 썼습니다. 남 눈치 안 보고, 나에게 핑계 대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약속을 지키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10분을 지켜내겠다는 약속 덕분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못할 게 없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제까지 10여 권 책 쓰고, 강의도 시작했고 1천4백 권 이상 읽었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아마 믿음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겁니다. 1천 번 이상 약속을 지켜낸 덕분에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신뢰를 준 효과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의지박약의 대명사였습니다. 시작만 있을 뿐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누구한테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저 일만 하는 평범한 직장이었습니다. 지금은 1천 일 동안 일기를 쓴 사람이자 10여 권 책을 낸 작가이면서 사람들에게 글쓰기 책 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1천 일 넘게 쓴 일기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이만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오늘까지 1,035일 일기를 쓰고 얻는 건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혼자만의 시간을 누렸다.
둘째, 오롯이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셋째,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넷째, 나를 믿게 되었다.
다섯째, 나만의 콘텐츠를 가졌다.
아마 생각하면 더 다양한 혜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 관계상 이만큼만 정리했습니다. 다섯 가지 혜택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단지 10분이었습니다. 10분은 짧지만 1만 분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반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복이 쉽다고 말은 안 하겠습니다. 저도 지난 1,035일이 쉬웠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마 과정에 충실하자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원하는 성과가 있다면 반드시 과정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논리를 믿었습니다. 그 믿음에 다섯 가지 효과가 보답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쓸 것입니다. 써 내려갈수록 저는 또 다른 혜택을 얻을 것입니다. 그 혜택으로 인해 저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내일 또 일기를 써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매일 10분 일기 쓰기는 계속됩니다. 끝으로 2년 넘게 매일 함께 글을 써온 열나글 식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