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40분 만에 첫 문장을 던진다. 40분 동안 잡생각으로 가득했다. 책도 뒤져보고, 길가에 지나는 사람도 관찰하고, 블로그 글도 들여다보고, 카페 올린 글의 댓글도 읽었다. 쓰고 싶은 글감이 스치지만 글로 옮기진 못한다. 생각의 저주 같다. 생각을 많이 하면 글감도 잘 떠오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각이 생각을 낳아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진 못한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끝을 장담할 수 없는 글을 시작했다. 매일 한 페이지의 글을 쓴다. 한 페이지에 담길 글감을 찾는 고민이 시작된다. 사람은 하루 평균 7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1.2초에 하나 꼴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 중 글감으로 이어질 소재를 찾고 선택하는 건 지적 훈련이 된다. 어렵게 선택한 주제에 집중하며 글로 풀어간다. 경험을 되살려 보고, 적절한 인용 글을 생각하고, 객관적인 정보로 살을 덧 붙여 간다. 머릿속 생각만으로 글이 완성되면 읽는 이가 재미없다. 읽는 이에게 재미와 정보,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글을 쓰는 궁극의 목적은 좋은 글을 남기기 위해서다. 좋은 글은 많이 써보면서 다듬어 가는 거라 생각한다. 단번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단번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높은 지적 수준, 탄탄한 기교,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있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륜 깊은 몇몇 분도 글 쓰는 행위에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연륜이 쌓일수록 고도의 집중력과 지적 에너지를 필요로 해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비어있던 카페가 사람으로 채워진다. 빈 공간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지듯 비어있던 화면도 생각의 산물로 채워졌다. 남은 반을 채우기 위해 생각의 꼬리를 잡아간다. 글쓰기도 생각의 꼬리를 잡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 줄 씩 써 내려가며 앞뒤 내용을 연결하고 전체를 완성해 간다. 생각한 주제에 맞게 내용의 살을 더하고 빼며 완성해 간다. 군살 없는 몸이 보기 좋듯 글에도 군더더기를 없애라고 한다. 불필요한 단어, 장황한 설명, 어색한 표현 같은 군더더기가 많을수록 주제를 벗어날 수 있다. 삐져나온 군살로 보기 싫은 몸매가 되는 것과 같다. 우리 몸도 잘 먹고 운동하지 않으면 금방 살이 찌듯 글에도 불필요한 표현을 붙이는 건 어렵지 않다. 반대로 운동하고 먹는 걸 절제해야 군살을 뺄 수 있듯 생각이 명료해야 표현의 군더더기를 덜어낼 수 있다. 이 글도 생각이 명확하지 않아 세 시간째 붙잡고 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도 진도가 나지 않는다. 생각에 군살이 많아 섹시한 글이 안 나온다. 오늘 안에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포기하고 싶다. 포기하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그러지 못한다. 억지로 써야 쓰고 나면 내 것이 될 수 있다. 힘들다고 포기하는 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 죽이 되지 않게 생각을 이어간다. 먹을 수 있는 밥이 될 수 있게 생각의 살을 더해 본다. 오늘처럼 안 써지는 날도 있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좋은 글은 많은 역량을 요구한다. 끊임없는 input이 필요하고, 생각의 정수를 걸러내는 노력도 필요하고, 단단 논리로 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원하는 글을,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 같다. 편안한 삶을 위해 편하길 포기해야 한다. 불편할수록 좋은 글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스스로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불필요한 군더더기 표현을 덜어 내고, 명료한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끝이 보인다. 고지가 앞이다.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근데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기만 하다. 가야할 길도 멀기만 하다. 내딛은 이상 돌아갈 생각은 없다. 걸어온 길이 아깝다. 몇 발 앞에 원하는 미래가 보여 진다면 좋겠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원하는 미래는 보여 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라 생각한다. 오늘의 노력이 내 미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퍼즐이라 생각한다. 완벽이 아닌 완성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