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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7. 2024

사람에게서 살아갈 방법을 배우다

나는 느리다. 똑똑하지도 않다. 배우는 데 오래 걸린다. 배운 걸 영리하게 써먹는 방법에도 서툴다. 욕심도 경쟁심도 적다. 남을 밟고 서는 게 익숙지 않다. 오히려 나를 밟고 가는 게 더 익숙하다. 미련하고 둔하고 계산할 줄 모른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대로 살고 싶었다. 빠르고 영리하고 잔재주가 많고 욕망이 커서 남을 밟고서라도 원하는 걸 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있는지 찾았다. 많았다. 저마다 성과를 뽐내며 나에게 손짓했다. 혹했지만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 만나보지 않고는 나와 맞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들의 성과, 살아온 과정, 가치관, 태도 등 눈에 보이는 걸로 판단해야 했다. 또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 그만큼 한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만남에 만족할 수도 없다. 신중했어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다.


2018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더 잘 살고 싶었다. 이전까지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랐다. 내가 달라질 수 있는 방법 중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는 말이 있다. 또 내가 만나는 다섯 명의 평균이 곧 나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사람은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맞는 말이다. 2024년 지금 삶을 살게 된 것도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덕분이다. 그들에게서 배우고 익히며 그들의 삶을 따라 하며 이만큼 성장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결과다. 결국 사람에게서 살아갈 방법을 배웠다.


내 두 번째 책 《직장 노예》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세 명의 멘토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독서와 글쓰기에 가치와 재미를 알게 해 준 한근태 작가, 새벽 기상, 시간 관리와 인생을 나답게 살 방법을 알려준 다꿈스쿨 청울림 대표, 책을 쓰겠다는 꿈을 실현시켜 준 자이언트 북 컨설팅 이은대 작가.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때 알려준 분들이다. 나의 필요에 의해 그들을 찾았고 그들도 기꺼이 나를 받아줬다. 더 잘 살기 위해 필요했던 것들을 그들에게서 구했다. 그렇게 얻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


내가 그들을 찾았던 건 어쩌면 내가 살아갈 삶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이전까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선택했고 그 길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그 확신을 먼저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얻고 싶었다. 다행히 세 분, 한근태 작가, 청울림 대표, 이은대 작가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들이 살아오고 살아가는 대로 따라 하면 적어도 그들과 비슷한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들 스스로 이미 증명해 낸 삶이니 의심할 필요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필요한 기술 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던 것이다.


따라쟁이로 산 지 7년, 나를 따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들도 예전의 나처럼 반신반의로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나에 대해 잘 몰라도 한 번 두고 볼 생각으로 말이다. 내 글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 내 태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 내가 가진 지식을 궁금해하는 사람 등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이유가 어떠하고 무엇을 얻어 가든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선택받았다는 자체로 나에게는 의미 있다. 내가 그들에게 분명 영향을 줄 게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나의 도움이 그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이끌 수 있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느리게 살 것이다. 똑똑하지 않아도 지혜는 많은 사람이고 싶다. 나를 밟고서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물론 아프기는 하겠지만. 잔재주를 부리기보다 정도를 걷고,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해 줄 테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내가 정한 길을 내 속도대로 걷는다. 내가 보고 배우고 따르는 그들이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내 인생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는 거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내 삶에 들어오겠다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그게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배웠다.



사람을 얻어 진정한 관계에 놓이게 될 때, 결정적 지지와 도움으로 새로운 세계로 건너뛸 수 있게 된다.

《깊은 인생》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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