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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8. 2024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기대했던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실망합니다. 실망이 크면 기대도 컸다는 의미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시작할 때 누구나 결과를 낙관합니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도전을 이어가다 보면 성과가 날 때 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손에 쥐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때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이게 아닌데, 뭐가 잘못됐지?"라고 의문이 듭니다. 그러고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실망감에 포기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볼지를요.


무엇을 팔든 사람이 모여야 합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카페를 차려놓으면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나면 몇 시간도 기꺼이 기다립니다.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면 몇 백만 원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혹해할 상품만이 살아남는 요즘입니다. 이런 원리는 어떤 일을 하든 예외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해할수록 돈도 쉽게 벌립니다. 결국 사람을 감동시킬 서비스를 만드는 게 도전의 최대 과제가 되었습니다. 모든 도전이 한 번에 성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하지 않지요.


사람을 모으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책 쓰기 수업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해 보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극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시작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욕심 없었습니다. 매달 무료 특강을 진행하며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습니다. 어떤 달은 신청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다른 달에는 강의 당일 한 명도 접속하지 않기도 했고요. 새 달 새 강의를 준비하며 늘 기대에 찹니다. 결과가 좋길 바랐지만, 늘 실망은 7년째 오가는 출근길처럼 익숙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에 매달 새 강의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까지 실망보다는 기대에 더 기대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또 기대에 못 미쳤다고 멈추면 모양 빠집니다. 주변에 내뱉은 말도 있으니 할 때까지는 해보는 게 맞는다고 위로했습니다. 사실 멈춘다고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월급은 밀리지 않으니 딴짓해도 아내에게 덜 미안하고요. 무엇보다 이 일로 남은 평생 먹고 살 각오라 무슨 수를 내서라도 '맛집'이라고 소문을 내야 합니다.


기대와 실망, 냉탕과 온탕, 쾌변과 변비 두 가지 감정에서 늘 줄다리기를 합니다. 누구나 시작할 땐 만족스러운 결과를 바랍니다. 그러려고 온갖 노력을 다할 테고요. 한편으로 실망하게 될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죠. 그래서 시작할 때 자기만의 안전장치를 걸어둘 필요 있습니다. 막상 결과와 마주했을 때의 태도입니다. 어떤 결과든 의연하게 바라보면 좋겠지요. 하지만 사람인지라 뜻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심하면 감정이 요동쳐 쌓아 놓은 걸 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책에 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 말을 실감했습니다. 며칠째 이어온 '필사즉생'(필사하며 든 생각을 적는다)을 위해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집어 들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곳을 열었더니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라는 문장이 보입니다. 어떤 일을 하기 앞서 낙관보다 비관적인 마음가짐이 그 일을 통해 얻게 될 결과에서 깨달음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할 지도 알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기가 막힌 문장이었습니다.


기대와 실망 이전에 결과를 낙관하는 마음부터 내려놓으라고 저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성공을 바라고 누구나 도전합니다. 성공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습니다. 실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럴 때 자신을 붙잡아주는 게 비관적인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요. 막상 실패와 마주했을 때도 좀 더 의연해질 수 있는 게 비관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를 이를 마음의 예방주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감기에도 잘 걸립니다. 실망감도 마음의 힘이 약해졌을 때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만약 도전에 앞서 결과를 부정하고 의심부터 한다면 그 충격이 덜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와 맞닥뜨렸을 땐 보다 더 의연해질 수 있을 테고요.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이지요. 감기를 한 번 앓고 나면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실망 뒤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다음 도전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삶의 진리를 배우는 계기입니다.


예방주사는 예방할 병의 균을 미리 맞는 거라고 합니다. 내 몸에 먼저 항체를 만드는 거죠.  실제로 균이 들어왔을 때 이겨낼 수 있게 해 주죠. 인생도 늘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대와 실망은 늘 따라다닙니다. 성공했다고 자만 말고 실패했다고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좋은 일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오는 게 인생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 잡는 방법을 알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세워줄 방법으로 비관적인 태도는 어떨까요? 인생 깁니다. 긴 인생 건강하게 살 예방주사로 이만한 게 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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