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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09. 2024

이것을 지킬 때 변화도 따라옵니다

'위편삼절' 책을 세 번이나 꿰매 다시 읽었다는 공자의 일화에서 유래된 사자성어입니다. 공자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지만 그중에서도 '주역'에 더 깊이 빠졌다고 전해집니다. 만약 그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반드시 주역을 공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주역을 사주팔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역의 '역'은 '변화'를 의미합니다. 공자는 주역이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태도를 갖추는 데 꼭 필요한 공부라고 역설합니다. 궁금합니다.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왜 필요할까요? 또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까요?


7년째 한 직장에 다니는 중입니다. 글 한 편 쓰고 출근하는 게 루틴입니다. 그러기 위해 6시면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빨리 오는 동료는 7시면 얼굴을 보입니다. 때를 같이해 저는 자리를 옮깁니다. 남은 시간을 오롯이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7시 반에 문을 여는 단골 카페로 갑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남은 글을 씁니다. 8시 40분까지 마무리 짓고 다시 사무실로 향합니다. 2년 동안 같은 시간 같은 카페를 찾았습니다. 그 사이 네댓 권의 책을 냈습니다. 얼마 전 단골 카페가 문을 닫았습니다. 안타까웠지만 덕분에 2년을 한결같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출장이나 외근을 나가지 않으면 늘 점심은 혼자 먹습니다. 메뉴도 가게도 정해져 있습니다. '샐러디'에서 '탄단지'샐러드를 드레싱 빼고 먹습니다. 기본 구성에 서비스 토핑까지 얹으면 한 끼로 든든합니다. 물론 정해진 8,900원만 받습니다. 서비스 때문에 버스 타고 기꺼이 갑니다. 단순히 먹기 위해 나가는 건 아닙니다. 몸도 움직이고 주변도 둘러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1시간 동안 나에게 휴식 다운 휴식을 주는 겁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한 후 오후 일과를 시작합니다. 덕분에 3년째 한결같은 체중과 건강을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1,060일째 일기를 썼습니다. 그 사이 다양한 일이 있었습니다. 출장, 현장 근무, 여행, 명절 등 여러 상황에서도 매일 일기장을 폈고 10분 동안 썼습니다. 쓰지 못할 핑계 대신 써야 할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목적이 명확하니 방법은 구해졌습니다. 새벽 5시에 나가야 된다면 10분 일찍 일어납니다.  출장, 여행을 가도 나를 위해 10분은 얼마 든 만들 수 있었습니다. 1,060일간 10분 동안 나와 마주해 왔습니다. 제법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 덕분에 일기 쓰기 전보다는 단단해졌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단골 카페를 2년 동안 다니며 매일 글을 쓴 덕분에 몇 권의 책을 냈습니다. 단골 샐러드 매장을 3년째 다니고 있기에 체중과 건강을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10분 동안 나를 들여다봤기에 제법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7년 전의 나와 비교하면 한 마디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때는 이런 제 모습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쓸 만큼 변화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변화는 일상에 있었습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나무마다 새 잎이 나기 시작합니다. 옅은 색을 띠던 이파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짙어지고 넓어집니다.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며 나무 다워집니다. 그 시간과 과정을 견디지 않고는 그늘을 만들지 못합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잔재주를 부리지도 않고요. 그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내고 뿌리에서부터 물을 끌어올려 가지마다 전달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새 울창한 나무가 되어 있습니다.


변화는 일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변화는 더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필요합니다. 방법은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글 한 편 쓰고 책 한 권 쓰는 건 어떨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쓰다 보면 글 한 편, 책 한 권 완성됩니다. 이 또한 과정 없는 결과 없습니다. 오늘 써야 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내일 또 똑같이 반복하는 겁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것입니다. 변화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qFfd2CX6opctG8sKVnfcsRxD8Ynq-5xoHn4Foqg4iNA/edit?usp=drive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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