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Apr 12. 2024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일어나는 변화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저녁에 죽음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우리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출근했던 아버지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웃으며 떠난 은퇴 기념 여행이 부부의 마지막이 되기도 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우리 인생이다. 그러니 1분 1초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누구나 이 말에 귀 기울이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불행히도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낭비하며 산다. 낭비의 결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7년째 매일 읽고 쓰기를 반복해 오는 중이다. 낮에는 근무하고 출근 전,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읽고 쓴다. 7년 전에도 직장에 다녔지만, 그때는 술자리와 영화, 낮잠, 뉴스 검색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한 마디로 별 영양가 없는 곳에 시간을 썼다. 지나고 보니 후회만 남았다. 자기 계발도 게을리했고, 자격증도 못 땄고, 능력을 인정받을 성과도 내지 못했다. 어쩌면 주어진 일만 하며 숨만 쉬는 직장인이었던 것 같다. 그런 삶에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건 납덩어리가 금으로 변하길 기대했던 연금술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더는 살던 대로 살 수 없었다. 책은 시간 낭비에 정신이 팔렸던 나를 일깨워 준 죽비였다. 여러 날 여러 대를 맞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고, 시간을 아껴 쓰기로 마음먹고 실천해 옮겼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시간 관리가 완벽한 삶을 산 건 아니다. 여전히 낭비와 절약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적어도 예전처럼 분별없이 낭비하는 버릇은 없앴다. 무엇보다 지금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삶은 어떤 성과와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무엇을 바라든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잘 사는 방법이었다.


아이와 아내에게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 읽고 쓰면서 잘못된 행동을 인식했고 달라지려고 노력했다. 노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잠시 뒤 좋은 아빠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잡고 싶다면 바로 잡힐 때까지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일은 가족과 마주하는 매 순간에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바로잡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렇게 이 순간에 집중하면 불필요한 것 들은 자연히 자리를 잃는다. 어쭙잖은 권위와 냉랭한 무뚝뚝함 같은 것들이다.


오늘 쓰는 글 한 편에만 집중한다. 욕심을 부린다고 여러 글을 한 번에 써낼 수 없다. 우리 뇌는 멀티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멀티가 가능하다고 착각할 뿐이다. 지금 내 앞에 빈 종이를 채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한 장을 채우고 다음 글로 넘어갈 때 한 편이라도 제대로 쓰게 된다. 둘 사이를 오가면 둘 다 망치는 꼴이다. 시간이 걸려도 눈앞에 빈 종이에만 집중해 왔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10여 권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면 여전히 뜬구름만 잡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20여 년째 건설회사에 근무 중인 직장인과 7년째 글 쓰는 작가이자 강연가이다. 다른 직업을 갖게 될지 예전에 몰랐다. 그저 은퇴하면 자영업을 해야겠다는 마음만 먹었었다.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있는 줄도 몰랐다. 다행히 7년 전 읽고 쓰기를 시작했고 그 순간에 집중한 결과가 작가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다른 직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롯이 작가에만 집중하니 해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이 가득이다. 다른 선택지들은 알아서 정리되었다. 시든 이파리가 떨어져 나가듯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늦게라도 알게 된 덕분에 가족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중이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10여 권의 책을 냈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니체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상 무언가를 멀리하거나, 무언가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버릴지 고민할 필요 없다. 열심히 행동하는 사이 불필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나에게는 읽고 쓰기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할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에 집중한 덕분에 불필요한 걱정들이 떨어져 나갔다. 가족과 잘 지내지 못했던 때의 걱정,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불안해했던 걱정, 앞으로 남은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걱정들이다. 그 걱정들로 인해 시간을 낭비했고 술자리에 돈을 썼고 감정을 소모했었다. 걱정되는 일이 있다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차리리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당장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순간을 이보다 더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이 있을까?




https://docs.google.com/forms/d/1qFfd2CX6opctG8sKVnfcsRxD8Ynq-5xoHn4Foqg4iNA/edit


매거진의 이전글 이것을 지킬 때 변화도 따라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